코로나에 부활한 '그랜드 투어'…'현대판 귀족'의 열망을 담다[김동욱의 하이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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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와 대중사회의 도래로 과거 귀족사회의 한 장면으로 치부됐던 럭셔리 여행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모습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막히면서 국내 초호화 여행시장이 확장되는 것입니다. '귀족 생활'로 대변되는 상류 사회의 삶에 대한 갈망에 일종의 '보복적 소비'까지 겹친 듯한 양상입니다. 한진관광의 'KALPAK', 하나투어의 '제우스' 같은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두드러지게 럭셔리 여행 상품 분야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KALPAK입니다. 2010년대 초 2000만 원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회 투어' 등의 상품을 선보였던 KALPAK은 최근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회원들을 위한 국내 럭셔리 상품을 들고 나왔습니다. 유명 한식 셰프인 조희숙 명장과 동행해 3박 4일 동안 부산과 안동 등을 둘러보는 상품을 선보인 것입니다. 안동의 전통 한옥 리조트에 머물고, 하회마을의 풍산 류씨의 대종가에서 종손과 함께 다과 시간을 가지면서 유명 셰프의 안동 찜닭 쿠킹 클래스에 참여하는 식입니다. 이밖에 울산 친환경 목장에서 발효 막걸리를 체험하고, 5성급 호텔(파크하얏트 부산) 투숙하며, 프라이빗 요트 체험하는 등 그야말로 '그랜드 투어'의 한국형 축소판인듯한 모습입니다.

의식주에 대한 기본 욕구가 해소된 이후 인간이 갖는 기본 욕구 중 하나가 여행이라고 합니다. 세계화로 바깥세상에 대한 경험이 증폭했다가 코로나19로 손발이 묶인 현대인이 언제까지고 여행의 욕망을 억누를 수는 없어 보입니다. 코로나19 확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를 비롯한 국내 주요 관광지와 주요 공항이 인파로 북적이는 모습은 이런 상황을 대변합니다. 국내뿐 아니라 노동절 연휴를 맞은 중국, 골든위크 연휴의 일본에서도 여행수요가 폭발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억눌린 여행욕이 한계에 다다른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