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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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부터 국내서 초연을 올리고 있는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그레이트 코멧'은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 70페이지 분량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전쟁에 나간 약혼자를 기다리는 젊은 여인 '나타샤'가 바람둥이 '아나톨'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런 나타샤를 연모하게 되는 '피에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연은 작품의 메시지를 넘어 색다른 형식과 실험적인 시도들로 관객들을 흥분시킨다.
브로드웨이에서도 초연 직후 혁신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먼저 극장에 들어서면 붉은 원형의 무대 여러 개가 겹쳐있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네모반듯한 무대에 막이 내려와 있는 보통의 공연 시작 전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공연 중간에도 장면 전환을 위해 막이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일도 없다.
객석을 포함해 극장 전체가 무대와 같은 붉은색으로 물들어있어 마치 새로운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도 든다.
이는 2012년 뉴욕에서 처음 작품이 무대에 올라갈 때부터 기획된 디자인으로, 당시에는 극장 전체를 붉은 천으로 감쌌다.
극장 전체가 붉은 배경이 되는 셈이다.
오케스트라는 보통 객석의 시야를 가라지 않는 무대 아래에 자리 잡기 마련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 위에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피아노와 베이스, 기타는 공연 내내 꼼짝하지 않고 무대 한가운데를 지킨다.
마스크를 쓴 김문정 음악감독은 피아노 앞에서 배우와 자리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멀찍이 떨어져 있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장면에 따라 어깨를 들썩이며 배우와 함께 몸을 흔들기도 한다.
무대 곳곳에는 객석도 배치돼 있다.
무대와 가장 가까운 1열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이런 배치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여기에 더해 공연 초반에 경고한 대로 화려한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객석 통로를 오가며 춤을 추고, 손뼉을 친다.
배우가 객석 사이에서 등장하거나, 객석 통로를 따라 퇴장하는 경우는 다른 공연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그레이트 코멧'은 아예 객석을 무대로 활용한다.
객석 사이에서 춤을 추던 배우가 빈자리에 털썩 앉았다가 다시 무대에 나가기도 하고, 신나게 기타를 치던 배우가 옆에 앉아있던 관객에게 얼굴을 불쑥 들이밀며 눈을 마주치기도 한다.
연기와 연주를 함께 선보이는 '로빙 뮤지션'들은 아코디언, 바이올린, 비올라, 클라리넷, 기타를 들고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흥을 돋운다.
주인공 피에르(홍광호·케이윌)는 피아노와 아코디언을 번갈아 연주하며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하듯 극을 이끈다.
아나톨(이충주·박강현·고은성)은 바이올린 활을 휘두르며 극장을 순식간에 열기로 가득한 클럽으로 바꿔놓는다.
자유분방한 극의 분위기처럼 음악도 다채롭다.
공연 내내 팝과 일렉트로닉, 클래식, 록, 힙합 등이 다양한 음악들이 쏟아진다.
러시아 전통 음악에 현대적인 EDM(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겹쳐진 색다른 음악도 만날 수 있다.
공연은 5월 30일까지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