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게 맞아 실려가는 백인 남성.
할머니에게 맞아 실려가는 백인 남성.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70대 중국계 여성이 30대 백인 남성으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만 건장한 백인 남성이 이 할머니에게 반격 당해 들것에 실려나가는 신세가 된 영상이 화제가 됐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20년 넘게 거주해온 중국계 미국인 셰샤오전(謝蕭珍·76)씨는 지난 17일 샌프란시스코의 자택 인근에서 산책하던 중 백인 남성 스티븐 젠킨스(39)에게 아무 이유 없이 폭행을 당했다.

당시 셰샤오전 씨는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젠킨스가 갑자기 "중국인!"이라고 외치며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셰씨는 얼굴을 맞고 주저앉은 뒤 젠킨스가 다시 공격하려 하자 주변에 떨어져 있던 나무 막대기를 주워들고 반격했다고 한다.
묻지마 폭행을 당한 중국계 피해자. 현지 언론화면 갈무리.
묻지마 폭행을 당한 중국계 피해자. 현지 언론화면 갈무리.
구급대원과 경찰 등이 도착한 이후 찍힌 현장 영상을 보면, 셰씨는 한 손에 나무 막대기를 들고 다른 손으로 얼음주머니를 얼굴에 대고 선 채 울면서 젠킨스를 향해 광둥어로 "왜 나를 때렸느냐"라고 말했다. 젠킨스는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 들것에 묶여 이송됐다.

최근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폭력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번에는 피해 할머니가 젊은 남성에게 반격을 가해 가해자가 들것에 실려 후송된 점이 현지 언론들 주목을 받았다.

셰샤오전 씨는 병원 치료 후 당일 집으로 돌아갔지만 눈 주변 상처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딸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매우 무서워하고 있다. 오른쪽 눈은 여전히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인 젠킨스는 셰씨를 공격하기 직전에 근처에서 83세의 베트남계 남성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계 남성은 머리에 타박상을 입고 코와 목이 골절됐다.

경찰은 자세한 사건 경위와 범행 동기에 대해 조사 중이다.
가해자가 피를 흘리며 이송되고 있다. 현지 언론 화면 갈무리.
가해자가 피를 흘리며 이송되고 있다. 현지 언론 화면 갈무리.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