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비전 발표회 마친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단일화 비전 발표회 마친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간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일단 결렬됐다.

당초 양측은 지난 17일부터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를 선정하고 등록 첫날인 18일 단일화를 이뤄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여론조사 방식과 관련 '유선전화'를 포함시킬지 여부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단일화가 무산됐다.

정약석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18일 오후 2시쯤 국회에서 다시 만나 협상을 재개했으나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17분여 만에 결렬됐다.

결국 여론조사는 시작조차 못한 채, 이제 양측은 각각 서울시장 후보로 등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렇게 되면 투표용지에는 두 후보의 이름이 모두 적히게 된다.

투표용지에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2번 국민의힘 오세훈, 그리고 정의당이 불출마하면, 4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차례로 기재되는 것이다.

다만, 투표용지 인쇄 전날인 28일까지 단일화가 성사되면 물러나는 후보의 기표란엔 '사퇴'라는 글자가 적힌다.

양측이 투표용지 인쇄 시한인 오는 29일 전까지 단일화를 위해 다시 협상에 나설 방침이지만 단일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자칫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3자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진영 간의 갈등은 앞서 TV 토론회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토론회 직전까지 방송토론 여부 방식을 확정하지 못한 채 설전을 벌였으며 협상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양측이 보궐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인 19일까지 단일화를 하겠다고 공언해왔던 상황이라 야권 단일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단일화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이유는 '여론조사에 유선전화 포함'여부다.

오세훈 후보 측은 통상 여론조사 기관에서 10~20% 정도 유선전화 비율을 포함한다는 주장이지만, 안철수 후보 측은 여론조사 문구에 가상대결을 포함시키지 않는 이상 100% 무선전화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각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조건을 주장한 셈이다.

유선 전화 조사는 통상 고령층이 많이 응답하기 때문에 보수 정당에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후보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일화는 말로만 하는 것인가. 오 후보께서 전권을 갖고 협상에 임하시든지, 아니면 당에 전적으로 위임하든지 책임 있게 결단해 달라"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당 스스로 협상 권한을 후보에게 부여하고,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후보끼리 담판을 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세훈·안철수 후보는 일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 각자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추후 실무협상을 통해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투표용지에 각 후보의 이름이 인쇄되는 날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협상 결렬로 결국 투표용지에는 오세훈-안철수 두 후보의 이름이 모두 적히게 됐는데 단일화 효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진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5일 전을 최종 마지노선으로 잡고 "24일까지 무조건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선거운동을 동시에 하는 상황은 최악"이라며 "투표용지 인쇄를 29일에 한다. 그때까지만 (단일화가) 되면 된다"고 했다. 다만 "선거 운동을 두 사람이 서로 하고 경쟁하다가 단일화가 되면 효과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불발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일단 ‘3자 구도’로 출발하게 된 것과 관련해 네티즌들은 "이러다 두 분 다 비호감 된다. 자폭하지 말고 정신 차려라", "세상에 단일화를 이렇게 지저분하게 하는 사람들은 처음 본다", "후보 단일화도 못하면서 무슨 정권심판을 하고 정권교체를 한다고", "단일화 안되면 둘 다 사퇴하라. 어차피 박영선이 당선될 거니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