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학에서는 누군가로부터 특정 명칭(label·라벨)이 붙었을 때 그것이 갖는 고유의 성질과 성격대로 행동하려는 현상을 '라벨링 효과'라고 합니다. 예컨대 어린아이에게 "너는 친절해"라고 지속해서 말해주면 아이가 친절하다는 '라벨'대로 친절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정치에서는 라벨링이 '낙인 찍기'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념 대립이 심하고 반공사상이 강했던 과거에는 '빨갱이', '종북 좌파'라는 라벨링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토착 왜구'라는 라벨링이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여권 지지자들은 나 전 의원을 그의 성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이름을 합쳐 '나베'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나 전 의원이 지난 2015년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을 "다소 아쉬운 점은 있지만, 외교적으로는 그래도 잘한 협상"이라고 하거나, 지난 2019년 한일 관계 경색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불필요한 자극을 한 것이 아니냐"라는 등 여권 지지자들이 보기에 친일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일 관계에 대한 보수적이고 현실적인 평가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지만, 일단 '나베'라는 라벨이 붙은 나 전 의원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아베 전 일본 총리의 극우적인 이미지까지 더해진 것이 나 전 의원에게는 뼈아픈 일이었을 겁니다.

지지자들의 라벨링은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라벨링 역시 일종의 정치 참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당(公黨)이 라벨링에 기대 정치를 펼치는 것은 유감입니다. 라벨링이 횡행하면 검증과 토론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상대 후보의 부정·부패가 의심된다면 "MB 닮았다"는 말로 끝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사실에 기반을 둔 검증이지 이미지 싸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