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며 도입하기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사실 보도’도 포함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여부 입증 책임을 손해배상 청구인이 아니라 언론사와 포털, 1인 미디어 등이 지도록 했다. 여당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언론에 전방위적인 ‘재갈 물리기’를 시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뿐 아니라 ‘불법정보’까지 포함했다.

문제는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에 ‘사실’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법정보의 유통 금지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제44조 7의 제1항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도 불법정보로 분류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규정에 따라 불법정보의 유통을 제재할 수 있다.

민주당이 가짜뉴스의 피해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슬그머니 ‘사실’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개정안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모든 불법정보에 적용할 것인지,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에만 적용할 것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또 고의·과실 여부를 손해배상 청구인이 아닌 언론사, 포털, 1인 미디어 등이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의 전환’ 조항까지 포함됐다. 입증책임의 전환이란 소를 당한 자가 위법 행위나 고의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은 손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손해를 증명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의료와 같은 특정 전문 분야에서는 예외적으로 입증책임의 전환이 인정된다. 결국 언론사 등이 “피해를 끼친 사실이 없다”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해 입증책임의 전환이 필요한지도 논란거리다. 오히려 입맛에 맞지 않는 비판 언론에 대한 사전적 재갈 물리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나 정보는 시각에 따라 가짜가 될 수도 있고 진짜가 될 수도 있다”며 “명백한 사실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한 것은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를 대놓고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피해 규모, 위반행위의 기간·횟수 등과 함께 ‘손해를 입힌 이용자의 재산 상태’까지 고려할 것을 규정했다. 이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대기업이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보수 언론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은 이런 내용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이달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