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양국 간 합동 군사훈련의 근거인 '방문군 협정(VFA)'을 유지하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필리핀 두테르테, 미국에 "군사협정 유지하려면 대가 지불해야"
13일 일간 마닐라 블루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지금부터 미국이 VFA가 성사되기를 원한다면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공동의 책임이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결국 우리 모두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이 책임 분담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남중국해(서필리핀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필리핀은 1998년 훈련 등을 위해 입국하는 미군의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한 VFA를 체결했고, 이후 필리핀에서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발리카탄'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미국에 일방적으로 VFA 종료를 통보해 180일간의 경과 기간이 끝나는 8월에 이 협정이 공식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차례에 걸쳐 미국에 종료 절차 중단을 통보해 올해 상반기까지 VFA를 유지한 가운데 물밑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이 얼마나, 어떤 식으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12월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최소 2천만 도스(회분)를 제공하지 않으면 VFA를 종료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