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집진기 부품 1위 EPiT, 여과집진기 성능개선시장 주도
한전 쌍용양회 고려아연 등 납품…5천만원에 8억어치 효과

구조조정 계기로 창업…집진기 부품 국산화 앞장
김종문 사장은 국내 집진기시장의 개척자인 KC코트렐의 창립멤버로 창립자인 이달우 회장과 20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집진기 생산과 기술 노하우를 익혔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1세대 임원들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자 2000년 창업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이피아이티 설립 초기 아무런 영업 기반이 없던 그는 수백 페이지짜리 한국통신 전화번호부 책을 사서, 집진기 수리를 필요로하는 업체들을 찾아 무작정 전화하고 찾아갔다. 중소기업 700곳엔 "집진기에 문제가 생기면 연락달라. 무상으로 수리해드리겠다"며 자필 편지로 발품을 팔았다.
1998년 외환위기(IMF) 이후 닥친 경제위기는 그에겐 기회였다. 당시 현대·두산·삼성·한라 등 대기업 중공업회사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환경설비 관련 사업부를 없애고 관련 사업을 외주로 돌린 것이다. 일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와 부평국가산단에 공장을 세워 당시 수입에 의존하던 전기·여과집진기 핵심 부품을 모두 국산화해 대기업에 공급했다.
우리나라 집진기 시장은 크게 정전기를 통해 미세 분진을 달라붙게해 제거하는 ‘전기집진기’와 공기청정기처럼 필터에 공기를 통과시켜 분진을 포집하는 ‘여과집진기’로 나뉜다. 기업 입장에서 설치비용 면에서 여과집진기가 저렴했지만 필터 교체 등 유지보수 비용 면에선 워낙 비싸 대부분 전기집진기를 선호했다. 하지만 전기집진기는 탈진(먼지를 털어내 분리하는 작업) 작업시 일부 먼지가 대기로 배출된다는 문제 때문에 정부 환경 규제가 강화될수록 리스크가 컸다. 기업 입장에선 비용이 많이 들어도 어쩔 수 없이 여과집진기를 쓸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대형 여과집진기의 경우 필터 교체 등에 매년 수천만원의 유지보수비용이 필요하다.
강화된 대기오염 규제…굴뚝기업 시름 덜어준 '이피아이티'
김종문 사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5년부터 연구 개발에 착수, 2009년엔 3억5000만원을 들여 새로운 여과집진기를 개발했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양산을 포기했다. 계속된 시행착오 끝에 2013년 탄생한 것이 '비고정식 주름 필터'다. 세계 최초 개발로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 특허를 출원했다.

한국전력, 쌍용양회, 고려아연 등 도입 잇따라…
추가 여과집진기를 설치할 필요없이 필터 교체만으로 2배 이상의 여과 성능을 보이고 비용을 절감시키자 굴뚝기업들의 납품요청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시멘트업계 1위 쌍용양회의 경우 당초 강원도 북평공장내 8억원을 들여 여과집진기를 설치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바꿔 5000만원만 들여 이피아이티 필터로 교체했다. 16분의 1수준의 비용으로 같은 여과 성능을 보인 것이다. 태안화력발전소도 3억5000만원을 들여 신규 여과집진기를 설치하려다 4000만원만 들여 이 회사 필터로 교체했다. 한전 산하 영흥 당진 태안 하동 삼천포 강릉 등 6개 화력발전소에 이 필터 1만3000개가 공급되면서 발전소내 여과집진기 필터의 30%가량이 교체됐다. 비철금속분야 국내 1위업체인 고려아연 역시 국내와 베트남, 호주 등 전 공장에 1만7000개 필터를 이 제품으로 교체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