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이나 청춘스타를 내세운 JTBC '라이브온'과 tvN '여신강림' 등 최근 안방극장 학원극이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 대해 학교는 변화했지만 드라마는 그대로이다 보니 신선함도 공감도 얻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웹 플랫폼으로 10∼20대 시청자가 상당수 옮겨간 상황에서 TV 학원극은 결국 복합장르와 수준 높은 작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 "학교는 변화했는데 주제는 그대로…시청률 저조할 수밖에"

'라이브온'은 인기 그룹 뉴이스트·워너원 멤버 황민현의 첫 드라마 주연작이지만 첫 회 1.3%(이하 비지상파 유료가구)의 시청률을 기록한 뒤 계속해서 0%대에 머물러 있다.
인기 웹툰이라는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여신강림'은 어느 정도 화제성은 갖췄으나 그나마 유지하던 3%대의 시청률도 8회를 기점으로 2%대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학원 로맨스 드라마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로 '신선함의 부족'을 꼽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0일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들의 성장통과 사랑은 늘 다뤄졌던 이야기들이다 보니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순정만화 같은 톤의 스토리텔링이 주는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학생들의 고민을 멜로라는 틀 안에 담는 게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실질적으로 더 큰 고민은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학교폭력 등의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면서 학교는 더는 환상과 공감의 공간이 아니게 됐다"며 "변화된 학교와 그 속의 10대들을 수용하지 못하다 보니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원극이 '학교' 시리즈처럼 계몽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에서 하이틴 로맨스의 시대로 접어들었던 것처럼 이제는 더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가 생겨나고 있다"며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주요 시청자는 모바일 플랫폼으로…생존 전략은 타 장르와의 결합

학원 드라마를 주로 소비했던 청소년층이 웹 드라마나 웹툰 등 모바일 기반 플랫폼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웹 드라마는 길이가 짧고 가볍게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다소 식상한 주제라도 소비가 되지만, 기존의 TV 드라마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기 웹 드라마 '에이틴', '만찢남녀' 등은 청소년뿐 아니라 20∼30대 등 젊은 층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다.
한 시즌 당 1억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하는 웹 드라마들은 신예은, 김동희 등 신인 배우들을 발굴해내면서 기존 TV 학원극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또 최근 높은 제작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소극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기존 방송국과 달리 웹 드라마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웹 드라마의 성장이 계속될 걸로 보이는 지금 전문가들은 TV 학원극이 다른 장르와의 결합 등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덕현 평론가는 "이제 학원극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기존의 학원극에 새로운 것을 접목한 '어쩌다 마주친 하루'나 '인간수업'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어쩌다 마주친 하루'는 주인공이 자신이 만화 속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정해진 운명을 바꾸려 하는 판타지적 요소를 도입했으며, '인간수업'은 청소년의 성매매를 현실적으로 묘사해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 학원 소재 드라마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과감한 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후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인 학교 배경의 좀비극 '지금 우리 학교는'처럼 계속되는 새로운 시도가 학원극의 계보를 써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