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도 처벌한다지만…중대재해법 예외 많아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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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법안소위 통과…50인 미만 사업장에 3년 유예기간 부여
노동계 "노동자 죽음도 차별" vs 경영계 "유례없는 고강도 처벌"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작년 4월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같은 후진국형 중대 재해를 근절하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각종 예외 규정 등으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의 유예기간이 부여된 데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처벌 대상에서 제외돼 상당수의 취약계층 노동자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중대 재해 나면 대표이사도 처벌 가능…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7일 법안소위를 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경영 책임자, 법인 등을 처벌해 중대 재해를 근절하기 위한 법으로,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모델로 한다.
지난해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했다.
후진국형 중대 재해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벗어나려면 경영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이 안전 관리에 만전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게 법의 취지다.
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사망자가 1명 이상인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 등이 재해 예방 조치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했다.
경영 책임자는 대표이사와 같이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나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 등을 가리킨다.
사망자가 1명 이상인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에도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 중대 재해를 낸 사업주와 법인 등이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경영 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 수위는 낮아졌다.
의원 발의안은 중대 재해를 낸 경영 책임자 등에 대해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했다.
검찰과 법원의 보수적인 법 적용으로 '솜방망이 처벌'이 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하한형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여야는 징역형의 하한선을 낮추는 한편, 벌금형은 아예 하한선을 없애고 상한선을 뒀다.
노동계가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다.
법사위를 통과한 제정안은 상시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영세 사업장은 처벌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건의를 받아들인 결과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공포 이후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산재 예방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다.
문제는 중대 재해가 주로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2019년 국내 제조업의 산재 사고 사망자 206명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164명으로, 79.6%를 차지했다.
5인 미만 사업장도 42명(20.4%)이나 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더라도 상당 기간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법사위 법안소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도 원청업체에는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하청 노동자의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원청이 실질적인 운영 등의 책임이 있다면 처벌 대상이 되도록 했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대부분 하청인 5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 재해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 볼 수 있다.
◇ 인과관계 추정·공무원 처벌 등 노동계 요구도 제외
법사위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의원 발의안에 있던 '인과관계의 추정' 조항도 삭제했다.
인과관계의 추정은 경영 책임자 등이 과거 안전 조치 의무를 여러 차례 위반하는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사업장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경영 책임자 등의 의무 위반이 원인이라고 추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조항은 심사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경영계는 경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도 형사 재판에서 범죄 사실의 인정에는 엄격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노동계는 산재 피해자가 경영 책임자 등의 안전 조치 의무 위반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과관계의 추정을 도입하지 않으면 경영 책임자 등의 처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우려한다.
사업 인허가 등의 권한을 가진 공무원의 부주의로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공무원을 처벌하도록 한 조항도 빠졌다.
의원 발의안에 있던 이 조항을 그대로 둘 경우 공무원이 관련 업무를 기피할 수 있고 소극적 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부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노동계는 기업 편의를 봐준 공무원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중대 재해의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무원도 처벌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법사위를 통과한 제정안은 건설공사 발주자를 처벌 대상에 포함한 조항과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도 경영 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도 삭제했다.
◇ 노사 모두 반발…법 제정돼도 진통 불가피
법사위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노사 양쪽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데 대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죽음과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죽음이 다르지 않음에도 죽음에도 차별을 두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여전히 (경영 책임자 등의) 징역형 하한선이 설정돼 있고 법인에 대한 벌칙 수준도 과도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처벌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법이 제정되더라도 산업 현장에 안착하는 데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는 오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노동계 "노동자 죽음도 차별" vs 경영계 "유례없는 고강도 처벌"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작년 4월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같은 후진국형 중대 재해를 근절하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각종 예외 규정 등으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의 유예기간이 부여된 데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처벌 대상에서 제외돼 상당수의 취약계층 노동자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7일 법안소위를 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경영 책임자, 법인 등을 처벌해 중대 재해를 근절하기 위한 법으로,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모델로 한다.
지난해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했다.
후진국형 중대 재해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벗어나려면 경영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이 안전 관리에 만전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게 법의 취지다.
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사망자가 1명 이상인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 등이 재해 예방 조치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했다.
경영 책임자는 대표이사와 같이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나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이사 등을 가리킨다.
사망자가 1명 이상인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에도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 중대 재해를 낸 사업주와 법인 등이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경영 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 수위는 낮아졌다.
의원 발의안은 중대 재해를 낸 경영 책임자 등에 대해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했다.
검찰과 법원의 보수적인 법 적용으로 '솜방망이 처벌'이 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하한형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여야는 징역형의 하한선을 낮추는 한편, 벌금형은 아예 하한선을 없애고 상한선을 뒀다.
노동계가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다.
법사위를 통과한 제정안은 상시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영세 사업장은 처벌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건의를 받아들인 결과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공포 이후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산재 예방 인프라를 갖출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다.
문제는 중대 재해가 주로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2019년 국내 제조업의 산재 사고 사망자 206명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164명으로, 79.6%를 차지했다.
5인 미만 사업장도 42명(20.4%)이나 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더라도 상당 기간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법사위 법안소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도 원청업체에는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하청 노동자의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원청이 실질적인 운영 등의 책임이 있다면 처벌 대상이 되도록 했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대부분 하청인 5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 재해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 볼 수 있다.

법사위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의원 발의안에 있던 '인과관계의 추정' 조항도 삭제했다.
인과관계의 추정은 경영 책임자 등이 과거 안전 조치 의무를 여러 차례 위반하는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사업장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경영 책임자 등의 의무 위반이 원인이라고 추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조항은 심사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경영계는 경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도 형사 재판에서 범죄 사실의 인정에는 엄격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노동계는 산재 피해자가 경영 책임자 등의 안전 조치 의무 위반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과관계의 추정을 도입하지 않으면 경영 책임자 등의 처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우려한다.
사업 인허가 등의 권한을 가진 공무원의 부주의로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공무원을 처벌하도록 한 조항도 빠졌다.
의원 발의안에 있던 이 조항을 그대로 둘 경우 공무원이 관련 업무를 기피할 수 있고 소극적 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부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노동계는 기업 편의를 봐준 공무원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중대 재해의 원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무원도 처벌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법사위를 통과한 제정안은 건설공사 발주자를 처벌 대상에 포함한 조항과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도 경영 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도 삭제했다.

법사위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노사 양쪽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데 대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죽음과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죽음이 다르지 않음에도 죽음에도 차별을 두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여전히 (경영 책임자 등의) 징역형 하한선이 설정돼 있고 법인에 대한 벌칙 수준도 과도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처벌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법이 제정되더라도 산업 현장에 안착하는 데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는 오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