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시간끌기'에 30분 별도 발언 신경전…박의장 중재로 합의 이끌어
'89시간' 野필버 마무리한 주호영 "민주주의 파괴세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6분간 연설로 지난 엿새 동안 이어진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막을 내렸다.

주 원내대표는 14일 오후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파괴한 세력, 법치주의를 파괴한 세력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정부·여당을 맹비난했다.

주 원내대표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과 관련해 "북한 김여정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사살당하고 소각돼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김여정이 만들라니까 (법안을) 재깍 만들어낸다"며 "대한민국 국회 자존심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 하락세를 지적하며 "지지도가 30%대로 떨어지면, 국정 동력이 떨어진다"며 "80%의 국민 지지 속에 출범한 문 대통령이 이제 국민의 경멸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정부가 가고 있는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9시간' 野필버 마무리한 주호영 "민주주의 파괴세력"
이날 주 원내대표는 가까스로 발언시간을 확보했다.

주 원내대표는 "발언 시간 30분을 얻기가 이렇게 힘든 필리버스터를 할지 말지 참으로 참담하다"고도 했다.

직전 토론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토론 중단 표결 예정 시간까지 5시간 33분간 발언하면서 다음 순서인 주 원내대표는 아예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 의원은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이 헌법에서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서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자유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고 반박했다.

'89시간' 野필버 마무리한 주호영 "민주주의 파괴세력"
또한 미국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 이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한 데 대해서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주 원내대표를 향해 "오늘 제가 마무리를 하게 됐다"며 웃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저녁 7시께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주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발언 시간으로 2시간 이상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종결에 동의하라'는 조건을 내세워 여야 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 의장은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를 세 차례 불러 논의 끝에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를 하지 않되 발언 시간을 30분 이내로 제한하자'는 중재안을 제시, 접점을 끌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30분 발언 시간마저도 확보하지 못했다면 더 험악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89시간' 野필버 마무리한 주호영 "민주주의 파괴세력"
국민의힘은 본회의 종료 후 규탄대회를 열어 여당의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와 법안 강행처리에 반발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이재정 의원 다음 주자가 주 원내대표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 민주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 등의 연락이 완전히 두절됐다"고 주장했다.

배 원내대변인은 "토론 종결 표결이 임박해 본회의장에 양당 모든 의원이 입장한 후에야 원내지도부가 만날 수 있었다"며 "민주당이 상대 당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마저 저버린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