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지역 최대 음식배달 앱 기업 도어대시(DASH)가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다. 이 기업의 공모가는 주당 102달러다. 적자를 보고 있기는 하지만 흑자 전환 가능성이 없지 않고, 시장점유율이 높아 상장 초기 가파른 상승이 예상된다. 그러나 경쟁자가 많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어대시는 이날 NYSE에서 상장 거래를 시작한다. 이 기업은 최근 공모주 청약을 통해 3300만주를 주당 102달러에 매각했다. 애초 도어대시가 기대한 공모가는 90~95달러였는데 이를 가뿐히 넘어섰다. 공모가 기준으로 도어대시의 기업가치는 390억달러(약 42조원)에 달한다. 올해 미국 증시 신규 상장주 가운데 3번째로 크다.

도어대시는 2013년 설립된 미국, 캐나다 등지의 음식배달 앱이다. 북미판 ‘배달의민족’(배민)이라고 보면 된다. 올 2분기 230만달러(약 25억원)의 깜짝 흑자(순이익 기준)를 낸 것을 제외하면 계속 적자 상태였다. 올 3분기에는 4300만달러(약 467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이 51%(미국 10월 기준)로 절반을 넘긴 게 긍정적이다. 비대면 유통기업은 시장점유율을 높여 자연독점 상태를 만든 뒤 가격을 올리는 걸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어대시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올 1, 2, 3분기에 각각 172%, 213%, 268%였다. 올 3분기에는 1조원에 육박하는 8억7900만달러(약 95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도어대시의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투자기업 DA데이비슨의 톰 화이트 애널리스트는 “도어대시가 경쟁사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든 전문가가 도어대시의 기업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트레이너는 최근 경제전문지 포브스를 통해 “도어대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음식배달 수요가 더 이상 늘지 않게 되면 이 끔찍한 사업(terrible business)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며 “집콕 수요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도어대시의 경쟁자는 우버이츠, 그럽허브, 포스트메이츠 등이 있다. 도어대시 이용자 가운데 이들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사람의 비율은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트레이너에 따르면 도어대시 이용자 중 그랩허브 동시 이용자의 비율은 지난해 3분기 19%에서 올해 같은 기간 27%로 늘었다. 우버이츠(16→21%), 포스트메이츠(10→11%) 등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배달 앱의 목표인 자연독점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수익성과 상관 없이 상장하면 일단 주가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 2017년 상장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ER)도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상장 첫날 시초가(2017년 7월 3일 28.25유로)부터 최근 종가(8일 98.50유로)까지 248.67% 올랐다. 도어대시 주가도 이같은 흐름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는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에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에 기업을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기업결합 심사에서 딜리버리히어로에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면 앞서 인수한 다른 배달 앱 요기요를 팔아야 한다”고 조건을 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정위가 이같은 조건을 단 건 배민, 요기요, 배달통(요기요와 마찬가지로 딜리버리히어로가 인수한 상태)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90%를 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오는 23일 전원회의를 열고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