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성과급은 평균임금이라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민간 기업에 줄줄이 확산하던 퇴직금 관련 소송이 속속 1심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수원지방법원은 삼성전자 퇴직 근로자들이 “목표 인센티브 및 성과 인센티브를 포함해 퇴직금을 다시 산정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성과급은 퇴직금의 산정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이 아니다”라고 판결해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8일에는 서울남부지방법원도 LG디스플레이 사건에서 “PS는 평균임금 산정을 위한 임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지난 1월 SK하이닉스 사건에서도 평균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까지 놓고 보면 하급심에서는 근로자 측이 전부 패소했다.
'경영평가 성과급은 평균임금 아니다' ... 삼성전자 퇴직금 소송
삼성전자 사건에 대한 수원지법의 판결문에는 법리가 잘 정리돼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목표인센티브와 성과인센티브를 지급일 당시 재직자들에게 지급해 왔다. 사업 부문과 사업부의 재무성과와 전략과제를 이행한 정도를 A, B, C, D의 네 등급으로 나눠 평가한 결과에 따라 근로자에게 지급한 것이 목표인센티브다. 성과인센티브는 각 사업부에서 발생한 이익금의 20%를 업적 고과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수원지법... "근로자들이 통제 못하는 요인으로 결정된다면 임금 아니다"
경영 실적에 따라 경영자들의 평가에 따라 근로자별로 차등 지급되는 이들 성과급에 대해 법원은 근로의 대가가 아니므로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성과급이) 개별 근로자의 근로의 양이나 질보다는 세계 및 국내경제 상황, 경영진의 경영 판단 등 개별 근로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 근거를 제시했다.

법원은 성과급의 지급 대상, 지급 조건도 확정된 건 아니라고 봤다. "어떤 근로자에게 어떤 지급률을 적용할지에 대하여는 경영진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이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시했다.

이번에 문제 된 성과급은 보통 업계에서 생산성격려금(Productivity Incentive, PI), 초과이익분배금(Profit Sharing, PS)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PS와 PI를 평균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재산정해 달라는 줄소송에 대한 판결은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다. 10일은 SK하이닉스 사건이 2심 선고일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1월 말 1심 결과가 나온다. 지금까지는 회사 측이 전승(全勝)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퇴직자들이 줄줄이 낸 성과급 소송은 지난해 말 나온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2019년 10월에서 12월 사이 대법원은 한국감정원, 한국공항공사 등 공기업의 경영평가 성과급은 평균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줄줄이 내놨다. 그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2020년 관련 지침을 개정해 경영평가 성과급을 퇴직금 산정 때 포함하기까지 했다.
공기업의 경영평가 성과급은 평균임금이라는 대법 판결의 파장... 어디까지?
공기업의 경우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경영평가 성과급 지급기준을 상세히 정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사건에서 대법원은 “경영평가 성과급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기준, 지급대상, 지급조건 등이 확정되어 있어 사용자에게 지급 의무가 있다면 임금으로 봐야 한다”라고 판결했다.

심지어 “최하위 등급을 받는 경우 성과급이 전혀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성과급이 전체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 지급 실태와 평균임금 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임금”이라고 했다. 평균임금의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보이는 이 판결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으로 소송전이 번져나간 배경이다.

법원이 최근 ‘친(親)노동’ 판결 경향을 보이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하급심 판결들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앞으로 이들 사건이 최종심까지 가면 어떤 결론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종석 전문위원/좋은일터연구소장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