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리아 박람회' 여는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대한민국은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된 세계 유일의 국가입니다.

"
이달 9일 개막을 앞둔 '2020 글로벌 코리아 박람회'는 우리나라의 국제협력 성과를 한데 모으고 앞으로의 과제와 방향을 모색하는 첫 시도다.

행사를 준비 중인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8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간 기관별로 분절적으로 진행되던 국제협력 사업이 한자리에 모임으로써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박람회에는 그동안 국제협력 사업을 수행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민간기관 140여 곳이 총집결한다.

"세계로부터 선도국 역할 요구받는 한국…자부심 가져야"
그는 "우리나라 국제협력에 관한 거의 모든 어젠다가 종합적으로 다뤄진다고 보면 된다"며 "우리나라가 세계로부터 부여받고 있는 중견국, 선도국의 역할과 과제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이사장은 박람회를 통해 국제협력을 널리 알림으로써 국민적 이해와 지지도도 높아지길 기대했다.

그는 "이제 선진국으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역할을 고려할 때 우리의 생각과 의식도 변화해야 한다"며 "단순히 원조의 개념을 넘어 개도국들과 연대·협력 관계를 맺어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글로벌 코리아 박람회를 개최하게 된 계기는.
▲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고 우리나라의 'K-방역'이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주목받은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박람회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국가인 대한민국의 국제협력 성과와 비전, 지속가능성을 점검해 보자는 취지다.

박람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제시한 '세계 선도 국가'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세계로부터 부여받고 있는 중견국, 선도국의 역할과 과제, 문제점 등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다.

-- 세계 선도국이라는 표현을 여전히 낯설어하는 시선도 있는데.
▲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의 방역 모델은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이미 세계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이자 선도국이라고 하는데 우리 스스로는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불행한 역사적 경험과 정치적인 내부 분열, 혐오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분석도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에 진입했고 앞으로도 국제협력에서 제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이제 우리 국민들이 이러한 현실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한편 스스로 자부심을 키울 때다.

-- 박람회 비전선언문을 보면 '포용적 다자주의'라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무슨 의미인가.

▲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강한 나라가 돕는 것이 아니라, 돕는 나라가 강한 것이다'라는 재치 있는 슬로건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 국제협력의 비전과 방향을 잘 요약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나 기후변화, 불평등 문제 등 세계적 현안은 이제 강대국의 지배력에 의해 해결되는 문제들이 아니다.

연대하고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됐다.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전환한 우리나라가 여기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여러 나라를 포용해 세계 현안을 풀어가는 데 기여해 보자는 것이 바로 '포용적 다자주의'다.

-- 박람회에 우리나라가 수행하는 국제협력 우수 사례가 모두 모인다고 했다.

어느 정도인가.

▲ 이번 박람회는 그동안 국제협력 사업을 수행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민간기관 140여 곳이 모인다.

콘퍼런스 세션만 19개가 열리고, 우수 사례도 36개 기관이 100여개 사례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 '원조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이후 활발한 국제협력 사업을 벌여왔다.

다만 기관별로 분절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여러 문제점도 발견됐다.

이에 박람회 형태로 수행기관들이 모여 다양한 사례를 한 자리에서 들여다보고 서로 의견을 나눠보고자 하는 것이다.

--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국제협력 사업의 강점을 꼽자면.
▲ 개도국을 돕는 국제 개발원조 사업은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이 우리나라보다 예산도 몇 배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강점은 앞서 설명했듯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됐다는 경험적 측면에 있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하며 겪은 성공과 실패 경험을 개도국들과 공유할 수 있다.

분야별로는 코로나19 방역 사례 같은 보건의료, 방탄소년단(BTS)이나 영화 '기생충' 등에서 볼 수 있는 문화 한류, 반도체·스마트폰 같은 정보통신 기술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 국내 사정도 힘든데 해외원조 할 여유가 있냐는 대한 부정적 여론도 있는데.
▲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우리나라에도 가난한 사람이 많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재난지원금도 줘야 하는데, 개도국을 지원할 여유가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생각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제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의 역할을 고려할 때 우리의 생각과 의식도 변화해야 할 때다.

개도국을 원조하는 일은 일방적으로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가령 우리가 베트남에 도움을 주면, 베트남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에도 도움이 되고 지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효과도 있다.

원조를 통해 형성되는 외교적, 문화적, 공공재적 가치는 훨씬 더 크다.

-- 박람회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 이번 박람회는 우리나라가 수행하는 국제협력의 성과를 한데 모으고 과제와 방향을 모색하는 첫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의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다음 세대를 위한 역사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국제협력 사업 기관이 정리한 자료와 박람회 전체 콘텐츠를 국사편찬위원회와 국가기록원에 전달해 현대사 사료로 남길 예정이다.

박람회의 모든 행사는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된다.

되도록 많은 국민들이 보고 대한민국 국제협력 사업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길 기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