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잃으면 건보·연금에 직격탄
11월 실업률 6.7%로 떨어졌지만
경제 참가율 둔화…실제론 10%선
"내년 2월 최악…회복 더뎌질 것"
증시만 최고치…"역대급 비동조"
미국에서 일자리는 가장 중요한 정치·경제 의제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친 것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강조한 것도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깊지요.
미국은 유럽만큼 사회보장 시스템이 폭넓지 않습니다. 일자리가 없으면 제대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직장에서 의료보험료를 내주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죠. 또 사회보장세를 내지 못하게 되니, 노후 연금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인들이 일자리에 목을 매는 배경입니다.
고용률이 떨어지면 개인소득·소비 역시 활력을 잃습니다. 미국에서 소비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거의 70% 기여할 만큼 비중이 높지요.
미 노동부가 지난 4일 공개한 비농업 일자리(11월 기준)는 24만5000개 증가했습니다. 시장 전망치(월스트리트저널 기준 44만 개 증가 예상)를 크게 밑돌았지요.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이 있었던 3~4월에만 미국에서 총 22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지난달 일자리가 30만 개도 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사라진 일자리 중 회복된 숫자는 이제 겨우 1231만 개입니다. 약 1000만 개는 여전히 복구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11월 실업률은 6.7%를 기록했습니다. 전 달(6.9%)보다는 낮아졌으나 팬데믹 직전이던 2월(3.5%)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수준이지요. 실업률이 떨어진 건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단 0.2%포인트만 하락한 건 좋지 않습니다. 미국이 경제를 재가동하기 시작한 5월 이래 가장 낮은 폭이니까요.
더구나 6.7%라는 실업률 자체에도 ‘허구’가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희망을 잃고 아예 구직을 포기한 사람 등은 실업 통계에서 빠지기 때문이죠. 미 노동부는 “휴직자(employed but absent from work)를 일시적 실업자로 분류할 경우 실업률이 7.1%로 높아진다”고 추정했습니다.
11월 실업률이 하락(0.2%포인트)한 것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떨어졌기 때문이지, 경제가 호전된 덕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61.5%로, 10월 대비 0.2%포인트 줄었습니다. 1970년대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고용 통계 뜯어 보면 ‘코로나 여파’ 뚜렷
이번 고용 지표를 보면 코로나 사태의 여파인 게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비농업 취업자 추이에서 ‘경제 활력’과 관련이 깊은 도·소매업의 감소 추세가 분명하기 때문이죠. 결국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선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겁니다.
11월 민간 부문의 실업자 통계에서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전 달 대비 2만4000명 감소했습니다. 대신 비대면 경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운송·창고업 취업자만 14만5000명 늘었지요.
인종별로도 격차가 컸습니다. 백인 실업률은 5.9%로 비교적 낮았습니다만 흑인들의 실업률은 10.3%나 됐지요. 비교적 질 낮은 일자리가 더 많이 감소했다는 의미입니다. 아시아인 실업률은 평균 수준인 6.7%였지요.
바이든은 11월의 실업 통계를 본 뒤 “끔찍한 보고서”라고 걱정했습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1월 실업률이 조금 떨어진 것으로 나왔지만 실질 실업률은 10% 안팎으로 높을 것”이라며 “많은 미국인이 희망을 포기한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내년 2월까지가 가장 험난한 시기”라고 했습니다.
미시간대의 벳시 스티븐슨 경제학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수준의 일자리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미국 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최근 뉴욕 맨해튼에서 한 식당 종업원들이 손님이 없어 썰렁한 가운데 야외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전문가들 “올 겨울 실업난이 더 문제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닥칠 겨울이 더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코로나 백신이 대량 보급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겨울 추위가 오고 있어서지요.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일시적인 경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도·소매 및 여가·호텔·식당 등 바이러스 관련 업종의 실업난이 심각했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투자은행은 “코로나 확산세와 외출금지령 확대 등을 고려할 때 12월엔 고용 개선세가 둔화하거나 오히려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추수감사절 및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에도 경기가 예상 외로 부진했다”며 “경제활동 참가율 등 가계 조사 결과 역시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주당 노동시간이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는 점에서 아직 회복 여력은 있다”고 했지요.
바클레이스는 “11월의 고용 지표는 코로나19 재확산이 미국 경제 활동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초기 신호”라며 “실업 기간이 늘고 있으며 경제활동 참가율 회복도 올 6월 이후 정체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최근의 주가 상승세와 관계없이 미국의 실물경제 핵심인 고용은 뚜렷한 둔화 신호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미국의 인력 컨설팅 업체인 글래스도어의 대니얼 자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이 더 어두운 겨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2024년은 돼야 미국 고용률이 과거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백신 없는데 확진자는 매일 최고치 경신
요즘 미국 내 어느 거리를 다녀도 과거의 활기찬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다들 불안해하고 있지요. 가까이 다가가면 여지없이 “거리를 두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1~2개월 전과도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당초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급격히 늘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통계를 매일 집계 내는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지난 4일 하룻동안에만 미국 내 코로나 확진자가 22만7885명에 달했습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요.
사망자도 매일 3000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의료진은 물론 병실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확진자와 사망자는 갈수록 급증할 것이란 게 보건당국의 예상입니다. 지난달 말 추수감사절 대이동과 가족 모임의 후폭풍이 이달 중 본격 반영되리란 겁니다. 요 며칠 사이 미국 동부의 기온이 뚝 떨어지기도 했구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올 겨울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정말로, 매우 걱정된다”며 “앞으로 2~3주 후에 코로나 환자가 가장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워싱턴 의대의 보건계량분석연구소는 “미국 내 코로나 사망자는 내년 4월 코로나 백신이 대량 보급되기 전까지 5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지요.
이런 상황에서 뉴욕 3대 증시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역대 이렇게 실물 경제와 비동조를 보인 사례가 있었나요.
미국 하원이 감세와 재정지출 삭감을 핵심으로 하는 예산 결의안을 처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공약과 대규모 지출 삭감 구상이 의회의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정부지출 삭감이 핵심미국 하원은 지난 25일 밤 향후 10년간 4조5000억달러(약 6500조원) 감세와 2조달러(약 2900조원) 규모 정부지출 삭감을 핵심으로하는 예산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217표, 반대 215표로 아슬아슬한 통과였다. 하원은 예산 감축의 절반가량인 8800억달러는 의료보험 예산을 줄여 달성할 계획이다. 교육·노동 부문에서도 3300억달러 삭감을 목표로 한다. 그 대신 국경 보안 및 국방 예산은 3000억달러 증액한다.예산 결의안은 전체 세입·세출 규모와 대략적인 지출 항목을 설정하는 일종의 지침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을 바탕으로 트럼프 정부는 대규모 예산조정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예산 조정 법안의 핵심은 연해 말 종료 예정인 ‘세금 감면 및 일자리 창출에 관한 법(TCJA)’을 연장하는 것이다. 개인과 법인의 소득세를 깎아주는 내용도 예산 조정 과정에서 반영될 예정이다.공화당은 특히 연방정부 예산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와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소셜시큐리티(노령연금)에 칼끝을 겨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인이 혜택을 받는 등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하지만 새나가는 지출을 잠그는 것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의회 안팎의 인식이다. 국민적 반발을 우려한 공화당 지도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인지 묻는 질문에 “그런 것에 관해 절대 언급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첫 내각회의에서 “나를 그 입장(대만 방어 의무)에 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내가 답해야 한다면 내각에 말할 것이지 기자들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대비되는 행보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미국은 원래 대만 문제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1979년 미국 의회에서 제정한 대만관계법은 미국이 대만의 방어 능력을 지원하도록 하지만 대만이 공격당하면 미국의 군사 개입 여부는 명확히 보장하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선 바이든 전 대통령이 예외적인 모습을 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전략적 모호성으로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기조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험주의를 부추길 가능성이다. 중국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여기며, 시 주석은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특히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의 침공’이라고 규정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방어 의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건 동맹국과 적대국 모두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윌리엄 매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은 대만과 남중국해 같은 분쟁 지역에서 우발
콜롬비아에서 가발 안쪽에 마약을 감추고 비행기에 탑승하려던 남성이 당국의 날카로운 눈썰미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26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은 40대 남성 A씨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공항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출국하려다 당국에 체포됐다.A씨는 머리를 민 뒤 가발 안에 마약을 숨긴 채 비행기에 탑승하려 했다. 그러나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때 경찰은 그의 머리 안에서 수상한 물건을 찾아냈다.경찰이 A씨를 부른 그의 가발을 만지자, 가발 안에서는 수상한 물체가 감지된 것.콜롬비아 경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경찰이 가위로 A씨의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자 가발이 벗겨지면서 가발 내부에 코카인 봉지가 붙어있는 모습이 담겼다.가발 안에서 캡슐 19개에 나눠 담긴 코카인 약 220g이 나왔다. 이는 400여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약 1만 유로(약 1500만원)어치다.헬베르 예시드 페냐 아라케 카르타헤나 경찰관은 "당국 전문가가 프로파일링을 진행해 A씨를 발견했다"며 "스캐너와 신체 수색을 통해 가발 밑에 있던 코카인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조사 결과 A씨는 이전에도 두 차례 마약 밀매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콜롬비아에서는 지난 2022년에도 여성 2명이 가발 아래 코카인 68봉지를 숨겼다가 적발된 바 있다. 당시 체포된 여성들은 원통형으로 포장한 코카인 봉지 68개를 머리에 붙이고 그 위에 가발을 쓰는 이와 비슷한 수법을 사용했다.한편, 콜롬비아에서 코카인 생산이 지속해서 증가 추세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의 자료를 보면, 콜롬비아의 코카인 생산은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보고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