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30개월 만에 1000원대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 여파"[종합]
원·달러 환율이 2년 6개월 만에 1000원대로 내려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미국 추가 부양책 기대감이 커졌고, 달러 약세가 심화됐다. 이에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강화, 원화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8원 떨어진(원화 가치 강세) 10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2018년 6월14일(1083.1원)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 약세가 심화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1.11로 전날보다 0.18포인트(0.2%) 하락해 연저점을 기록했다.

달러 값이 빠르게 하락하는 것은 미국의 추가 부양책 기대감이 커져서다. 미국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 정책을 쓰게 되면 시중에 달러가 더 풀리게 되고, 이는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초당파 의원들의 제안을 기초로 해 신속하게 부양책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초당파 의원들은 전날 900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부양책 법안을 제안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전날 취임 전 일부 부양책 타결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하고 있어서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약 6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지난달에는 5조8412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밖에도 영국 정부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 긴급사용을 승인한 점도 위험자산 선호심리에 힘을 실었다.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19 사태 종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심리 강화됐다"며 "한국 등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원화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대외 여건 등을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 원·달러 환율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환당국의 개입이 있겠지만 하락 추세는 꺾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