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회 거듭하는 반전으로 흡입력 높여…배우들의 연기도 합격점
카이로스',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자들의 숨막히는 공조
오이디푸스는 한평생을 몸부림쳤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것이라는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MBC TV 월화드라마 '카이로스'는 현재를 사는 대기업 이사 김서진(신성록 분)과 한 달 전 과거에 사는 한애리(이세영)가 매일 오후 10시 33분, 단 1분간의 연결로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공조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딸과 아내를 잃은 대기업 이사 서진과 실종된 엄마를 찾으려는 아르바이트생 애리가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애리는 서진의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전 재산을 앗아간 친구 임건욱(강승윤)을 죽이면서 교도소에 갇혀야 했던, 엄마를 찾으려다 누군가에게 살해당해야 했던 자신의 미래를 바꾼다.

서진 또한 애리의 도움으로 불법 자재를 사용했다는 혐의와 애리의 어머니인 곽송자(황정민)를 살해한 혐의를 벗는다.

이들은 매번 자신의 앞에 닥친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운명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계속해서 그 모습을 바꿔 다시 이들의 삶을 잠식한다.

시청자들이 애리와 서진이 오이디푸스의 신탁과도 같은 각자의 운명을 단 1분의 공조로 벗어던질 수 있을지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카이로스',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자들의 숨막히는 공조
그리스어로 기회 또는 특별한 시간을 의미하는 '카이로스'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 예정된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설정에서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2016)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시그널'이 26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미제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긴 호흡으로 극을 끌고 가야 했다면, '카이로스'는 과거와 현재의 간극이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설정돼 매회 속도감 있는 전개와 거듭되는 반전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다른 매력을 가진다.

또 단단한 짜임새를 갖춘 스토리는 좀처럼 신인 작가의 작품처럼 느껴지지 않으며, 긴장감 있는 연출은 매회 단편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카이로스',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자들의 숨막히는 공조
배우들의 연기도 극의 흡입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역할 한다.

잃어버린 가족을 찾으려는 이세영과 신성록의 절절한 연기에서는 좀처럼 빈틈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세영은 이번 작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애리를 표현하기 위해 감독까지 설득해 짧은 머리로 변신하는 등 열정을 보인 바 있다.

안보현의 매력도 회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이지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면서도, 강현채(남규리)와 함께할 때는 지고지순한 순정파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황정민과 고규필의 연기도 탄탄하게 주연들의 연기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드라마의 시청률은 계속해서 3%대에 멈춰있다.

같은 시간대에 소위 '막장 드라마'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SBS TV '펜트하우스'가 방영되고 있어 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펜트하우스'의 과도한 전개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카이로스'로 유입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카이로스'는 지난 16일 애리가 서진의 메시지에 따라 엄마인 송자를 찾게 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전환점으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앞서 보여준 스토리의 힘을 계속해서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