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편집하다가 쉽게 잘리기도…근무환경 늘 불안정"

출근시간은 있지만, 퇴근시간은 없고요, 유급휴가도 없어요.
"
2년차 유튜브 편집자 A(25)씨는 전태일 열사 50주기(13일)를 하루 앞둔 12일 "억울한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며 입을 뗐다.
수십만 구독자 채널에 올라가는 영상을 편집한다는 그는 "영상 만드는 일이 좋아서" 편집자 일을 시작해 현재 한 유튜브 매니지먼트사에서 전문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회사 측과 1대1로 계약할 당시 1장짜리 `납품계약서'에 서명하고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계약서에는 근로자로서 권리는 없고 영상을 제작해 공급할 의무만 쓰여 있었다.
프리랜서 신분이라 4대 보험은 꿈꿀 수도 없었다.
요구받는 영상을 제때 발 빠르게 납품해야 하는 까닭에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A씨와 같은 유튜브 편집자는 유튜브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파생된 직업이어서 `플랫폼 노동자' 범주에 포함된다.
신생 직군이라 표준화한 급여나 계약 내용이 없어 근로조건이 매우 불안정하고, `단가 후려치기'가 발생할 여지도 커 노동권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사회초년생이던 21살 때부터 유튜브 편집으로 돈을 벌었는데, 한나절을 꼬박 품을 들여 10분짜리 영상을 편집해주고 달랑 2만원을 받은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당시에는 분명한 기준이 없어 `그 정도가 업계 시세이겠거니' 하며 넘겼다고 한다.
유튜브 편집자로 3년째 일한다는 C(24)씨는 "전문 매니지먼트사 중개 없이 크리에이터 개인과 협의하는 경우 개별 영상마다 일일이 따로 급여를 정해야 한다"며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근무환경이 항상 불안정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영상에 들이는 품이나 시간이 저마다 달라 표준적인 업계 단가는 없지만, 1분 분량에 1만원 정도를 일반적 시세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편집자들의 의견이다.
업계 내 적정 단가에 대한 기준이 없는 데다 청소년들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편집자들의 처우가 더 열악해지고 있다.
최근 편집도구가 업그레이드돼 영상편집이 쉬워지고, 유튜버가 10∼20대에게 선망의 직업으로 떠오르자 유튜브 제작업계에 뛰어드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편집자들은 "유튜브 시장은 아직 성장하는 단계"라며 "정해진 급여 수준이 없다 보니 청소년들이 당장 돈을 벌려고 단가를 많이 내리는 바람에 업계 전반의 단가가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0대부터 취미로 유튜브 제작을 했다는 D(22)씨는 "최근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10대 편집자들이 돈을 더 벌려고 지나치게 단가를 내려 작업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싼값에 영상을 제작하려는 사람들이 그런 청소년 편집자와 계약하니 전업 편집자들도 단가를 내리곤 했다"고 말했다.

편집자 A씨는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하려면 구독자는 최소 5만명 이상, 영상당 평균 조회 수는 계속 10만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원이 유동적이어서 2∼3개 채널을 맡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고용과 해고가 워낙 자유롭다 보니 영상이 맘에 들지 않는 이유로 쉽게 잘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대문을 지나다 전태일 열사의 동상을 봤다"며 "돌아가신 지 50년 된 것까지는 몰랐는데, 여전히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고 나처럼 과로하거나 불리한 근로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