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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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보조제를 먹고 있는데 똥배가 빠졌어요.”

지난 5월 한 대형 맘카페에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오자 순식간에 댓글 60여 개가 달렸다. 본문 어디에도 특정 업체나 상품명은 없었다. 댓글에는 어떤 제품인지 알려달라는 질문이 빗발쳤다. 하지만 실제 경험담처럼 포장된 이 글은 7만원을 주고 조작한 ‘가짜 리뷰(구매 후기)’였다. 댓글을 단 맘카페 회원에게 쪽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제품을 홍보했다. 요즘 맘카페에는 이런 가짜 리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신규 가입하면 콜라겐이 반값이래요. 광고 아님’, ‘노니주스 효과 좋네요’ 등의 제목을 단 맘카페 글도 가짜 리뷰의 대표적인 예다.

“맘카페 침투는 건당 7만원”

지난해 서울에 음식점을 낸 이모씨는 “돈으로 조작되는 가짜 리뷰의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며 “전국구가 아닌 동네 상권을 움직이는 ‘맘카페’마저 가짜 리뷰로 엉망이 됐다”고 했다. 네이버 쇼핑이나 옥션, G마켓, 11번가, 쿠팡 등에 올리는 리뷰가 건당 5000~8000원에 거래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씨는 “가짜 리뷰로 장사를 망치는 영세 자영업자가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본지 9월 19일자 A1, 8면 참조

5일 복수의 자영업자 등에 따르면 주요 마케팅 대행사는 ‘맘카페 침투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가짜 리뷰를 양산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창업한 지 3년이 채 안 된 자영업자를 겨냥해 이 같은 제안서를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소문이 매출에 영향을 많이 주는 신도시 등의 소규모 자영업자도 주요 고객으로 꼽힌다.

맘카페에서 해당 업체 관련 게시글(가짜 리뷰)을 작성하고 댓글 5개를 다는 활동은 건당 7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게시글에 달린 댓글에 답변해주고, 24시간 동안 쪽지로 오는 문의에 대응하는 것도 서비스에 포함된다. 이런 거래를 통해 만들어진 가짜 리뷰는 모두 실제 경험담이나 정보 공유를 하는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한 마케팅 대행사 측은 “맘카페 주요 이용층인 30~40대 여성을 겨냥해 자연스럽게 홍보할 기회”라며 “매달 4건씩 3개월 정도만 해 보면 금세 매출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케팅 대행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상 경험담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담 커지는 자영업자

가짜 리뷰가 확산되는 상황에 속을 끓이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자영업자 돈을 한푼이라도 더 뜯어내려는 가짜 후기 제안을 보니 눈물이 났다”며 “성공한 업체를 보면 ‘저곳은 가짜 리뷰에 얼마나 돈을 썼을까’라는 생각부터 든다”고 했다.

그렇다고 이런 제안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맘카페 후기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A업체는 올초 맘카페 가짜 리뷰에 뛰어들었다. A사 관계자는 “신생 업체에는 홍보 기회가 별로 없다”며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은 됐지만 광고가 아닌 척 소비자를 기만한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말이 건당 7만원이지 체험 상품 제공 등을 감안하면 초기에 1000만원 이상 손해 볼 각오를 하고 뛰어들어야 한다”며 “품질로 승부하는 시장이 왜곡돼 자영업자끼리 출혈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서글프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