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빼면 실물경제 지표 최악
세제정책 끝나면 거품 곧 꺼져"
美도 제로금리에 주택시장 과열
일각선 "이미 정점 찍었다" 분석
세금 줄이자 폭증한 주택 거래
영국 정부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인지세를 내년 3월 말까지만 50만파운드(약 7억6000만원) 초과 주택에 부과하기로 했다. 영국은 그동안 150만파운드 초과 구간엔 15% 세율을 적용하고, 다주택자에겐 1주택자 인지세율에 3%포인트 가산세율을 매기는 등 인지세를 주택정책 수단으로 활용해왔다.정책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전국건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거래량은 8만4910건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 확산하기 전인 지난 2월의 2만2930건에 비해 3.7배로 증가했다. 재택근무 장기화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으로 데본과 콘월 등 교외 주택들의 인기도 높아졌다. 대형 주택 거래량은 1년 전보다 59% 급증했다.
FT는 “전례 없는 초저금리 시대에 정부의 파격적인 세율 인하, 봉쇄 조치로 억눌렸던 주택 수요 폭발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는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1%로 동결했는데, 이는 영국 기준금리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위적인 거품…곧 꺼질 것”
하지만 이런 추세가 그다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내년 집값이 평균 14%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거래세 인하 등으로 인위적으로 시장이 반짝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사이먼 루빈슨 왕립감정평가사협회(RICS) 수석 분석가는 “코로나19로 거시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내년 세제 정책이 종료된 뒤 후폭풍이 주택시장에 몰아칠 것”이라고 내다봤다.주택을 제외한 영국의 다른 경제지표는 좋지 않다. 경제성장률은 1분기 -2.2%에 이어 2분기 -20.4%로 추락하면서 공식적으로 11년 만에 경기 불황(recession)에 진입했다. 최근 3개월(5~7월) 실업률은 4.1%로 직전 3개월 대비 0.2%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한을 앞두고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정 체결이 불발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영국 정부는 지난달 14일부터 술집과 식당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등 부분적인 봉쇄 조치에 다시 들어갔다.
美·中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
미국의 신규 주택 판매량은 지난 8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8월 신규 및 기존 주택 거래량은 14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의견은 많지 않다. 일각에선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나온다.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낸시 휴텐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수요 강세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이 매매 증가를 뒷받침해왔다”며 “하지만 더딘 경제 회복과 노동시장 약세는 향후 몇 달 내 주택 거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8.22%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도 앞으로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져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19로 경제가 타격받은 상황에서 대출 규제로 시장을 풀었다 조였다 반복하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정책 비일관성이 부동산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