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방탕·파산에도 지지층 확고
감세와 자국민 우선주의에 "환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달리, 트럼프에 대해선 인신 공격이 주를 이루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트럼프가 바이든에 대해 치매 우려를 적극 제기하고 있지만 큰 이슈는 되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그 만큼 개인사적 약점을 많이 갖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구요.
뉴욕타임스가 이례적으로 지면을 대대적으로 헐었습니다. 억만장자인 트럼프가 지난 15년 중 10년 동안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트럼프의 세금 기록을 ‘합법적으로’ 입수해 분석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29일 TV 토론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오갔지요.
트럼프 소유 기업이 계속 적자라고 신고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게 골자인데, 트럼프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매년 세금을 냈으며, 적자 기업에 대한 환급은 당연히 합법적이란 겁니다.
얼마 전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워싱턴포스트는 “재정난에 빠진 트럼프가 1990년 노인성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속여 재산을 빼돌렸다”고 터드렸습니다.
사실 트럼프는 수 차례 파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트럼프 회사가 부도를 낸 것만 공식적으로만 6차례에 달하지요. 1990년 당시 트럼프는 재정상 어려움에 처해 있었고, 첫번째 아내(이바나)는 이혼 합의금으로 10억달러를 요구하던 상황이었습니다.
트럼프가 파산 위기에 처하자 부친인 프레드 트럼프 시니어의 치매를 이용해 유언장을 변경, 모든 재산을 자신이 상속 받았다는 게 워싱턴포스트의 보도 내용입니다. 출처는 트럼프 공격에 앞장 서고 있는 조카 메리 트럼프이구요.
유언장 변경 당시 트럼프 부친의 나이는 85세였습니다. 자신의 생일도 기억하지 못했고, 30분 전 얘기한 내용조차 까먹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일종의 패륜을 저지른 것이 됩니다.
1946년생(만 74세)인 트럼프는 어떤 인생을 살아 왔을까요.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뉴욕시내 사립 포드햄대에 2년 간 다니다 펜실베이니아주 명문 와튼스쿨 경제학과(학부)로 편입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대리 시험으로 대학입학시험(SAT)을 치렀다는 걸 조카가 폭로하기도 했지요.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만, 트럼프는 “고등학교와 포드햄대가 내 재학 시절 성적표를 공개할 경우 고소하겠다”는 압박을 한 상태입니다.

트럼프 이름값이 올라간 것은 방송을 타면서입니다. ‘넌 해고야!’(You’re fired)란 유행어를 탄생시킨 리얼리티 TV쇼 ‘견습생’(Apprentice)을 약 13년 간 진행했지요. 자신의 브랜드가 알려지자 이를 성공적으로 사업화했고, 협상 관련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책은 소위 ‘대박’이 났습니다. 경제 주간지 포브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재산은 순자산 기준으로 21억달러로 추산됩니다.
트럼프 가족은 아버지 때부터 애로를 많이 겪었다고 합니다. 1·2차 세계대전의 원흉 격인 독일계 이민자 계통이었기 때문이죠. 트럼프 부자는 1990년까지 스웨덴계 이민자 행세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프 부친은 원래 대가족을 이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위로 누나가 3명, 밑으로 남동생이 한 명 있지요. 위로 친형이 있었으나 알콜 중독 끝에 42세로 요절했습니다. 트럼프 비행을 연일 폭로하고 있는 조카 메리는 요절한 친형의 딸입니다.

트럼프는 당시 바람이 났던 상대인 말라 메이플스와 1993년 재혼했습니다. 또 다른 딸을 한 명 뒀지요. 1999년 이혼한 뒤 홀로 지내다 2005년 지금의 부인인 멜라니아 크나우스와 세번째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멜라니아는 슬로베니아 모델 출신으로, 2006년에야 미국 시민권을 땄지요. 멜라이나는 2006년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부터 파격적인 감세, 미국 우선주의, 중국과의 무역 전쟁, 이슬람 국가 배격(반이민), 국제기구 및 국제조약 탈퇴 등 기존 정치인이 실행하기 어려운 일들을 거침없이 해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전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지요. 여러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들이 현재 바이든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경제부문만큼은 트럼프가 앞서는 배경입니다.
미 주류 언론의 파상 공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재선에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는 건, 굴곡 많은 개인사가 아니라 성과로 보여준 정책 덕분입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