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 스태프 임금 가로챘다"…동료 작가의 폭로
영화를 통해 사회부조리를 비판해온 유명 영화감독이 함께 일하던 스태프들의 임금을 가로챈 혐의로 고발됐다.

24일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는 공익제보자를 대리해 '부러진 화살(2011)', '남영동 1985(2012)', '블랙머니(2019)' 등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74) 및 제작사 아우라픽처스에 대해 업무상 횡령, 사기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오후 2시께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일부 스태프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스태프 인건비 목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착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익제보자에 따르면 정 감독은 2011년 영화산업의 안정적 제작환경 조성 및 영화 스태프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영진위가 '부러진 화살'의 제작사 아우라픽처스에 지급한 지원금을 스태프의 통장에 입금했다. 이후 영화 프로듀서의 계좌로 이 돈을 되돌려 받아 횡령한 의혹을 받고있다. 당시 피해 스태프는 1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정 감독은 2012년 '남영동 1985' 제작 과정에서 일부 스태프에게 지급한 급여 등을 제작사 대표의 계좌로 되돌려 받은 혐의도 있다.

제작사인 아우라픽처스는 정 감독의 가족회사로 그의 아들 정 모씨가 대표이사, 정 감독의 배우자가 감사를 맡고 있다. 정 감독은 사내이사로서 실질적인 경영권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독은 빨치산을 소재로 한 '남부군(1990)', 베트남전 후유증을 다룬 '하얀 전쟁(1992)' 등 사회고발성 작품을 제작해왔다. 2010년대에는 사법부에 대한 비판을 담은 '부러진 화살', 고 김근태 전 의원의 고문피해를 조명한 '남영동1985' 등을 연출했다. 지난해에는 왜곡된 금융자본주의의 비리 카르텔을 고발한 '블랙머니'로 주목을 받았다.

정 감독은 사회고발성 다큐멘터리도 제작했다. 2013년에는 '천안함 프로젝트', 2017년에는 '국정교과서 516일 :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등을 기획·제작했다.

공익제보자는 함께 일해온 한현근 시나리오 작가다. 그는 "정 감독은 제작자로서 오랜 시간 동안 스태프들을 혹사시키고 임금을 착취하는 일을 반복해왔다"고 폭로했다. 한 작가는 고발 이유에 대해 "겉으로는 사회불의에 맞서는 영화를 만들면서 실제로는 불의한 행위를 일삼고 위력을 이용해 갑질하는 것을 제지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10여 년이 지난 사건을 뒤늦게 고발하는 이유에 대해 한 작가는 "정 감독을 선배 영화인으로서, 한 사람의 영화감독으로서 좋아했기에 그가 변화하기를 기다렸지만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내가 쓴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의 진정성조차 의심받게 되는 불명예를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