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낮 충북 충주시 산척면 명서리의 수해복구 현장.
모처럼 활짝 갠 하늘이 반갑지만, 섭씨 32도까지 치솟은 수은주와 눅눅해진 공기는 가만히 서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흐르게 만들었다.

수해 복구 현장이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비가 그친 뒤 기온이 급상승하는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함부로 마스크를 벗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명서리 마을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 고통스러워했다.
더는 못 버티겠다는 듯이 잠시 허리 펼 때면 땀에 젖은 마스크를 벗었다 썼다를 반복했다.

일부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는데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간간이 웃음꽃이 피어났다.
봉사자들은 누가 지시하지 않더라도 척척 손을 맞췄다.
집안에 들어찬 토사를 긁어내고 진흙 뒤집어쓴 가재도구를 씻는 일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갔다.
힘센 젊은이들은 마을 안에 굴러다니는 돌덩어리와 나무 잔해 등을 치웠다.
일하는 중간중간 식염 포도당을 입에 넣는 이들도 있었다.
탈진 예방을 위해 먹는다고 했다.

그대로 그는 안경을 벗어 진흙 묻은 옷에 쓱쓱 문지른 뒤 다시 작업을 이어갔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왔다는 조모(29)씨는 벌써 사흘째 이 마을을 찾는다.
그는 "뙤약볕은 아니지만, 숨이 턱턱 막힌다"며 "얇은 치과용 마스크를 쓰는데, 10분만 지나면 땀이 흥건해진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고된 상황이지만 봉사자들은 수재민의 얼굴에 미소가 도는 것을 보면서 힘을 낸다.
조씨는 "수재민 상당수가 할머니 할아버지여서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며 "하루빨리 수마의 흔적을 씻어내고 예전의 평화로운 농촌 모습을 되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비로 침수 피해를 본 남모(79)씨는 "혼자 살던 집이 물에 잠겨 막막했는데,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줘 너무나 고맙다"며 "땀에 찌든 채 일하는 봉사자들에게 대접할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명서리에는 자원봉사자 60여명이 투입됐다.
인접한 엄정면 논강리에서는 건국대학교 학생 40여명이 구슬땀을 흘렸다.
봉사자를 배분하는 충주시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그동안은 장맛비 때문에 도배 작업 등을 진행하지 못했다"며 "덥더라도 비가 그치니 복구작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추세여서 방역에 부쩍 신경을 쓴다"며 "복구 현장 투입 전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하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할 것으로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