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리셀시장 규모만 48조원 추정
'한정판' 소장욕구 자극하는 '슈테크'
최근 패션업계 최대 화두인 ‘스니커즈 리셀(resell·재판매)’ 시장 얘기다. 단순히 패션 상품으로 신발을 판매하는 게 아니다. 투자 개념으로 한정판 스니커즈를 산 뒤 비싸게 되파는 것으로, 이 리셀 시장을 선점하려는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3월 네이버가 자회사 스노우를 통해 ‘크림’이라는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엔 무신사가 ‘솔드아웃’을 선보였고 최근엔 롯데백화점이 국내 최초 리셀 플랫폼 ‘아웃오브스탁’과 손잡겠다고 발표하면서 판이 커졌다. 모두가 신발만 바라보는, 그야말로 ‘스니커즈의 시대’다.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스니커즈 리셀시장
국내에서 리셀 시장의 문을 연 건 2018년 아웃오브스탁이었다. 스니커즈를 좋아하는 매니아 몇몇이 모여 거래 플랫폼을 만든 게 시작이었다. 같은 해 12월 힌터라는 회사가 ‘프로그’ 플랫폼을 내놨고 작년엔 경매전문업체 서울옥션의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가 ‘엑스엑스블루’를 선보였다. 올해 3월엔 네이버를 등에 업은 스노우의 ‘크림’이, 지난달엔 700만 회원을 보유한 패션 온라인몰 1위 업체 무신사의 ‘솔드아웃’이 시장에 나왔다. 모두 스니커즈를 되파는 리셀 플랫폼들이다. 여기에 롯데백화점과 아웃오브스탁이 손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누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지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신사가 지난달 첫선을 보인 ‘솔드아웃’은 사전예약(앱 다운로드)으로만 15만명이 응모했다. 사전 예약을 하면 한정판 신발 ‘래플(무작위 추첨)’에 자동으로 응모하는 이벤트를 선보인 게 주효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얼마나 열정적인 매니아층을 회원으로 확보하는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리는 시장”이라며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기 때문에 정면승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신종 투자로 '슈테크'가 인기
너도나도 리셀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억달러 규모였지만 2025년에는 60억달러(코웬앤드컴퍼니)로 세 배 가량 커질 전망이다. 신발을 되파는 시장 규모만 곧 7조원을 넘을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 전체 리셀 시장 규모는 48조원에 달했다고 미국 최대 온라인 중고의류 판매업체 ‘스레드업’이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스니커즈 리셀시장 전망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연간 약 5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거래된 스니커즈 재판매 금액만 410억원 규모로, 작년보다 34% 늘었다.무엇보다 이익률이 높은 사업이라는 게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정가는 20만~40만원대지만 이 신발을 되팔 때 리셀가는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100배까지 치솟는다. 부르는 게 값인 신발도 많다. 사용하기 위해 산다기보단 투자용으로 수집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야말로 요즘 시대의 새로운 신발 재테크, ‘슈테크’라 불릴 만하다.
온·오프라인서 경쟁 '치열'
그동안 온라인 중심이었던 리셀 시장이 오프라인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서울옥션블루의 엑스엑스블루는 지난 3일 한정판 스니커즈를 직접 신어보고 구입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서울 신사동에 있는 쇼룸 엑스엑스블루 드롭존에서 실물을 본 뒤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리셀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실착러’(직접 신발을 신어보려는 사람들)도 많아진다는 데 착안했다. 스니커즈 전문가인 직원이 상주하면서 온라인 거래가격보다 싼 오프라인 판매가격을 소개하고 상담도 해주는 방식이다.
스니커즈 매니아들의 축제로 꼽히는 ‘스니커하우스’를 운영하는 스택하우스도 최근 무신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등 활발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7년 12월 1회 행사를 열었던 스니커하우스에는 300여명이 참여했고, 2018년 2회와 3회 땐 1000명, 3000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지난해 7월 열린 4회엔 약 5000명이 몰렸다. 그만큼 스니커즈 리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오프라인 행사장에선 리셀러들이 제품을 팔기도 하고 고가의 스니커즈를 전시도 한다. 전문가들이 신발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는 포럼 같은 이벤트도 있다. 단순히 신발을 사고파는 장터를 넘어서는 슈즈매니아들의 축제인 셈이다.
이미 해외에선 스니커즈 축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컴플렉스콘’과 ‘스니커콘’, 유럽의 ‘스니커네스’와 말레이시아의 ‘스니커라’, 일본의 ‘아트모스 콘’과 중국의 ‘요후드’ 등이 대표적이다.
간호섭 홍익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한국패션비즈니스학회장)는 “차세대 소비자인 MZ세대의 쇼핑 트렌드를 보여주는 단면이 바로 스니커즈 리셀 열풍”이라며 “남과 다른 한정판 제품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누가 더 정교한 시스템으로 사로잡는지가 플랫폼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