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으로 서울시가 추진해오던 공공의대 설립 계획이 도리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가장 중요한 신규 정원 분배 원칙으로 ‘지역 불균형 해소’가 꼽히면서 서울은 추가 정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6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현행 서울 8개 의과대학의 정원은 826명으로 전국 의대 정원 3058명의 27%를 차지한다. 부산(11%), 광주(8.2%), 충남(5.9%) 등 다른 지역보다 비율이 훨씬 높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따져봐도 서울이 3.1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지역 의대 중 서울대의 연간 의대 정원이 135명으로 가장 많고 경희대(110명), 연세대(110명), 한양대(110명), 고려대(106명), 가톨릭대(93명), 중앙대(86명), 이화여대(76명) 순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서울에 추가 정원을 배분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지역 의대 정원은 모두 50명 이상으로 다른 지역보다 많다”며 “서울지역 정원 확대와 관련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지만, 신규 정원까지 배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3일 확정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에 따르면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연간 최대 400명씩 증원해 10년간 4000명을 양성한다. 신규 정원을 배분할 때는 의사 수가 부족한 지역이거나 기존 의대 정원이 50명 미만인 소규모 대학을 우선 고려하기로 했다. 경기의 아주대(40명)와 성균관대(40명), 부산 동아대(49명), 인천 인하대(49명), 강원 강원대(49명), 충북 건국대(40명), 제주 제주대(40명) 등에 우선 배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서울이 의대 정원을 추가로 받지 못하면 서울시 공공의대 설립 계획도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5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립대에 의대를 추가하거나 새로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는 방안이었다.

서울시가 2017년 인수하려다가 실패한 서남대 의대(현재 폐교)는 이번에 정부가 국립 공공의료대학원으로 설립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의대 정원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서울시 공공의대라는 꿈은 두 번째로 무산될 수밖에 없다”며 “아직 정부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시 차원의 공공의대 설립안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른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등 서울의 공공의료 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미국에선 워싱턴·와이오밍·알래스카·몬태나·아이다호주가 연합해 WWAMI(와미) 주립의대를 설립, 주마다 연간 10명씩 예비 의료인력을 선발하는 사례가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