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 지앙 빔모빌리티 CEO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알렌 지앙 빔모빌리티 CEO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6개월 넘게 한국에 머무르면서 한국을 배우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기업 빔모빌리티의 앨런 지앙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현지화'를 강조했다. 빔모빌리티는 해외 마이크로 모빌리티 업체 가운데 치고나가는 기업으로 꼽힌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불특정 다수가 밀집된 공간에 모이는 대중교통 대신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공유 서비스 이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동킥보드는 혼자 이용하는 특성 덕분에 도리어 사용량이 늘었다.

26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전동킥보드 애플리케이션(앱)의 월간실사용자수(MAU)는 21만4451명으로 전년 동기(3만7294명) 대비 약 6배 늘었다.

2030 세대가 전체 전동킥보드 이용량의 약 63%를 차지했고 지역별로는 거의 모든 업체가 서울에서만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서울에서도 강남·송파·서초·마포 지역에 전체 이용의 약 40%가 집중됐다.

국내 업체로는 씽씽과 킥고잉이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 해외 업체 중에선 빔모빌리티가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국내에 안전 아카데미와 코로나19 시대에 초점을 맞춘 위생 관리를 내세워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앨런 지앙 빔모빌리티 CEO를 만났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한국에 온 지 몇 달 됐다. 여러가지를 배웠다. 한국은 굉장히 흥미로운 나라더라.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듣던 대로 '빨리빨리' 문화가 있었다. 덕분에 그 어떤 나라보다 한국인들이 우리 서비스를 좋아한다(웃음). 두 번째, 한국인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다는 인상을 받았다. 업체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전동킥보드 분실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공유 전동킥보드를 아무렇게나 주차하지도 않는다.
빔모빌리티코리아가 안전한 전동 킥보드 운행을 위한 국내 첫 번째 안전교육 아카데미를 실시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동 바이크 스쿨에서 진행된 '빔 안전교육 아카데미'에서 알렌 지앙 빔 대표(왼쪽)와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7.12 [사진=빔모빌리티코리아]
빔모빌리티코리아가 안전한 전동 킥보드 운행을 위한 국내 첫 번째 안전교육 아카데미를 실시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동 바이크 스쿨에서 진행된 '빔 안전교육 아카데미'에서 알렌 지앙 빔 대표(왼쪽)와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7.12 [사진=빔모빌리티코리아]
▶창업 전에도 모빌리티 업체인 우버와 오포(ofo)에서 일했다.

삶에 있어서 이동수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 이동수단 없이 생활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전동킥보드에 주목한 이유는 사람들이 도심에서 더 효과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빔모빌리티 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시한 점은 무엇인가.

현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우버나 오포 같이 거대한 기업은 다양한 시장에서 많은 사업을 하다 보니 현지화가 쉽지 않았다. 빔모빌리티의 경우 개인용 이동장치에만 집중했다. 저는 한국에서 6개월 넘게 생활하고 있다. 한국에 직접 거주하면서 현지화하는 과정을 직접 보고 있다. 빔 모빌리티 구성원들 모두 한국에서 살고 있다. 이를 통해 최대한 현지화된 공유개인용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국내 전동킥보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저희가 바라보는 이 시장은 규모가 상당히 크다. 모든 사업자들이 다 같이 시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사용자가 필요한 시간에 좋은 컨디션의 킥보드가 근처에 있어야 하는데, 그 수요 전부를 다 맞추기에는 한 사업자만으론 불가능해서다. 전동킥보드 시장은 경쟁보다 협업을 통해 시장 규모를 키워나가는 게 필요하다.

▶전동킥보드 사용수요를 어떻게 시장 안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

전동킥보드를 처음 타는 이용자들은 모두 놀란다. 너무 쉬워서. 이 서비스를 경험하지 못한 가상의 고객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약 2주 전 저희가 최초로 한국에 선보인 '빔 안전교육 아카데미'가 그것이다. 서울 강동구청과 함께 진행했다. 실제로 강동구 주민들이 많이 참여해 전문강사로부터 전동킥보드를 어떻게 타는지 교육받았다. 처음 접한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300억원 넘는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어디에 쓸 것인가.

두 가지를 계획 중이다. 첫 번째, 킥보드 자체에 대한 투자다. 이용자들이 좀 더 원하는 곳에서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두 번째, '주차'에 투자하려 한다. 우리는 모빌리티 사업의 미래를 지정 주차구역 모델에서 찾고 있다. 이 모델은 모바일 앱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이용자들이 지정 주차구역에 세우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전동킥보드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주차 방식에 주목했다. 주차 시스템은 운영 비용 감소, 이용률 증가, 도시 정돈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빔모빌리티코리아가 안전한 전동 킥보드 운행을 위한 국내 첫 번째 안전교육 아카데미를 실시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동 바이크 스쿨에서 진행된 '빔 안전교육 아카데미'에서 알렌 지앙 빔 대표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0.7.12 [사진=빔모빌리티코리아 제공]
빔모빌리티코리아가 안전한 전동 킥보드 운행을 위한 국내 첫 번째 안전교육 아카데미를 실시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동 바이크 스쿨에서 진행된 '빔 안전교육 아카데미'에서 알렌 지앙 빔 대표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0.7.12 [사진=빔모빌리티코리아 제공]
▶회사 이름 '빔모빌리티'와 상징색인 보라색은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빔은 레이저빔처럼 직선적이고 빠르다는 의미다. 또 빔은 자연친화적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인 자연친화적 기업으로서의 이미지와도 어울린다. 실제로 우리는 아태 지역에서 유일하게 '탄소 중립' 인증을 받은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다. 또 전동킥보드는 관리나 안전 측면에서 눈에 잘 띄는 게 중요하다. 보라색이 가장 눈에 잘 띄면서 밝은 색깔이라고 판단했다.

▶전동킥보드의 특징과 배터리 교체 방법에 대해 알고 싶다.

우리 전동킥보드를 '빔새턴'이라고 부른다. 공유용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다. 빔새턴은 안전성이 검증된 공유 주행용 킥보드다. 교체형 배터리와 항공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된 프레임, 25㎝의 고성능 튜브리스타이어, 높은 그립감의 듀얼 후륜 브레이크 시스템을 갖췄다. 다른 업체들 킥보드에 비해 무겁고 단단하다. 하드웨어적 고장이 적다. 배터리는 교체형 시스템이다. 우리는 다른 사업자들과 달리 전동킥보드를 창고로 가져와 충전하지 않는다. 현장 요원들이 배터리만 들고 가 배터리를 교체한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빔새턴을 타면 어떤 점이 좋은가.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거의 매일 전동킥보드를 탄다. 타면 탈수록 더 이용하게 된다. 가령 좋아하는 카페가 300m 정도 거리에 있다면 걷기보단 전동킥보드를 이용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전동킥보드로 생활 반경이 넓어진다는 점이다. 빔모빌리티는 서비스 지역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 강동, 잠실, 송파, 마포, 성수, 강남, 분당 등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얼마 전 판교로 확장했다. 지방이나 타 지역으로도 확장할 생각이 있다.
알렌 지앙 빔모빌리티 CEO가 자사의 전동킥보드 모델 '빔새턴'을 타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알렌 지앙 빔모빌리티 CEO가 자사의 전동킥보드 모델 '빔새턴'을 타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코로나19 시대다. 공유서비스 특성상 위생 대책이 필수인데.

전동킥보드는 코로나19 시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가장 적합한 이동수단이다. 지금처럼 코로나19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이 불안한 고객들이 개인용 이동수단인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마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핸들 정도만 만진다. 핸들 위주로 집중 위생관리를 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 해도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닦을 것을 권장한다.

▶앨런 지앙 CEO에게 빔모빌리티는 어떤 의미인가.

시민들이 도시를 더 편하고 자연친화적이면서도 합리적 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차가 밀려 도로 가운데 갇혀 있는 게 힘들다. 매연으로 가득찬 하늘을 보는 것도 싫다. 빔모빌리티를 통해 자연친화적 환경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