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전체 인구 10명중 1명 군인…외출·외박 시 읍내 식당·PC방 등 '호황'
군부대 식자재 구입 등으로 지역경제 '숨통'…郡-軍 '상생 협력' 모델
한해 훈련병 6천·가족방문객 3만·면회객 1만5천명…농특산물 판매에도 '톡톡'
"암, 군인들이 효자지. 효자고 말고. 밥 먹으러 자주 오니 아들처럼 정도 들었고 매출도 오르고…"
백반집 주인 김모(56) 씨는 인근 부대 장병들의 외출과 휴가 때에 맞춰 음식 재료량을 늘리곤 한다.

인구 2만9천명의 작은 시골 전북 임실군에 주둔 중인 장병들이 지역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후 7시쯤이면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던 읍내 식당 등에 장병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상가들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 지역에 있는 제35보병사단과 제6 탄약창의 장병은 총 2천여명으로, 임실군 인구의 10%에 육박한다.

매주 평균 300명이 외출, 30여명이 휴가를 나올 때면 한적하던 임실 읍내가 일순간 왁자지껄해진다.

가게 밖 창문 너머로 알록달록한 군복을 입은 장병들이 삼삼오오 거리를 활보할 때마다 상인들의 얼굴에는 살며시 미소가 번지고 읍내에는 생기가 넘친다.

영내에 있다가 평일 오후 4∼8시 외출 허락을 받은 '젊은 청춘들'에게 짧지만 귀한 이 시간이 임실 경제에도 소중하다.

읍내 어귀에 있는 PC방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입대 전에 즐기던 게임을 마친 장병들은 삼겹살로 배를 불리고 아메리카노 한잔에 잠시나마 긴장감을 녹여낸다.

휴일에는 '군인 아저씨'들을 읍내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휴일 외출 시간이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로 평일보다 훨씬 넉넉하기 때문이다.

장병들의 동선도 다소 다양하기 때문에 읍내의 이런저런 가게들 상당수가 문을 닫지 않고 이들을 맞이한다.

작은 시골에 돈줄이 흐르는 것이다.

일명 '군바리'들의 씀씀이라고 해봐야 고작 1인당 2만원 정도지만, 매주 한꺼번에 300명이 쏟아져 나오는 덕에 시골 소상인에게는 쏠쏠하다.

김창언 35사단 공보정훈 참모(중령)는 "장병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게임도 하고 정보도 찾는 PC방인 것 같다"면서 "장병들의 외출과 휴가 때는 읍내가 한바탕 웃음소리로 떠들썩하다"고 전했다.

김 공보참모는 "특히 임실지역에는 지금까지 한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없을 정도로 안전해 장병들은 물론 부사관이나 장교 등도 도시나 타지로 나가지 않고 지역에서 소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6년 전 전주에 있던 35사단의 이전으로 임실군에는 2천여명의 인구 유입 효과가 나타났다.

덕분에 지방세 등 연간 15억원 가량의 지방재정수입도 얻었고, 부대 시설관리 등에 주민 20여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도 했다.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동참한 35사단은 부사관급 이상 간부들이 월 2회 밖으로 나와 점심을 먹고, 군부대 역시 지역에서 생산된 음식 재료를 구매하고 있다.

한 해 훈련병 6천여명, 가족 방문객 3만여명, 면회객 1만5천명 등 유동인구도 많이 늘어나 임실군 농특산물 판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임실군의 설명이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는 법. 장병들을 위해 임실군도 가만있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장병의 사기를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관내 주둔 군부대 외출 장병 및 육군 35사단 수료식 신병에게 각각 2천원권과 오천원권의 임실 사랑 상품권을 주고 있다.

모범 장병에게는 119 안전체험과 치즈 체험 등 다양한 관광형 체험도 제공하고 있다.

임실읍은 지난해 선종한 지정환 신부가 1960년대 후반 산양 2마리로 산양유·치즈 보급을 시작해 국내 첫 치즈 공장이 설립된 곳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임실N치즈'의 본향이기도 해서, 장병들은 면회를 오는 가족이나 연인들과 함께 '임실치즈테마파크'를 즐겨 찾기도 한다.

영화관람 시 할인 혜택도 준다.

장병이 영화를 관람할 경우 영화관에서 1천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장병 외출 시간에 맞춰 상영 시간도 조정했다.

올해 말에는 추가로 2천원을 더 할인해 3천원이면 영화를 볼 수 있게 된다.

또 35사단 수료식 시 방문 가족 및 면회객을 대상으로 임실 필봉농악 공연을 지원하고, 임실 여성단체 협의회와 자원봉사센터는 무료 음료 봉사도 한다.

면회 가족이 없는 신병들에게는 임실 투어와 식사를 지원하고 있다.

평일 외출 장병의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부대에서 시내를 왕복하는 전세버스(45인승)도 운행하고 있다.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 장병들의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배려에서다.

내년부터는 임실군 공공 체육시설을 비롯해 청소년수련원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은숙 임실군 홍보팀장은 "코로나19로 지난 2월 말부터 5월 초까지 76일간 장병들의 외출·휴가가 통제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읍내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이 돌아 상인들의 한숨 소리가 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장병들의 외출과 휴가는 물론 가족 면회 등이 임실 경제의 튼실한 한 축을 차지하는 만큼 지역경제의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기 위해 군부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