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앞두고 투자자에 연기 통보
서류상 수치보다 육류 훨씬 적어
2016년 '육류담보대출 사기' 유사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원자산운용은 이달 ‘글로벌원커머디티전문사모펀드’ 만기를 앞두고 투자자에게 환매 연기 소식을 알렸다. 해당 펀드는 총 60억원 규모로 지난해 5월 설정됐다. 개인투자자와 법인 등이 주로 투자했다.
글로벌원커머디티펀드는 육류 유통업자에게 펀드 자금을 대출해 이자 등의 수익을 얻는 구조로 짜여졌다. 창고에 보관 중인 수입육 등 육류를 담보로 잡는다는 점에서 육류담보대출과 비슷하다. 시중에 즉시 판매가 가능한 육류 실물을 담보로 잡기 때문에 부동산같이 유동화가 어려운 자산과 달리 비교적 안전한 상품으로 평가됐다. 설정 당시 제시된 목표 수익률은 연 7.9%였다.
그러나 펀드 만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담보로 잡았던 육류가 서류상 수치보다 훨씬 적은 양만 창고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펀드로부터 대출받은 중개업자(차주)와 실제 창고를 가진 수입 유통업자 간 육류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담보물인 육류에 대한 권리가 모두 펀드로 넘어오지 못한 것이다. 운용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식과 단체급식 등 육류 수요가 줄어 일부 육류 유통업체가 부도를 맞은 것도 손실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원운용은 뒤늦게 차주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면서 담보물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등 법적 절차에 들어갔지만 회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당 펀드 운용을 맡았던 담당자는 지난 3월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펀드 투자자는 “평소 거래해온 프라이빗뱅커(PB)가 ‘창고에 보관 중인 수입육에 투자하는 펀드라 절대 원금 손실 날 일 없다’고 권유해 믿고 1억원을 넣었는데 황당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관련 업계에서는 2016년 금융권을 뒤흔든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이 연상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시 대출 중개업자와 유통업자가 결탁해 육류담보를 위조한 뒤 여러 금융회사에서 중복으로 대출받는 수법으로 5700억원 규모 대출 사기사건이 터졌다. 동양생명은 이 건으로 4000억원가량 손실을 봤다. 한 육류전문 금융회사 대표는 “육류담보 금융은 육류 유통시장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며 “운용사가 담보로 잡은 육류의 창고 실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라임펀드 이후 호주·독일 부동산과 이탈리아 의료비 채권, 디스커버리, 개인 간(P2P) 금융에 이어 육류담보까지 줄줄이 만기 상환에 실패하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