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호·유찬이법 통과됐지만 철저한 단속 뒷받침해야

지난해 5월 초등학생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송도 축구클럽 승합차 사고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노란 차'만 보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사고로 숨진 김태호(사망 당시 7세) 군의 어머니 이소현(37) 씨는 "가벼운 타박상 정도 입었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이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는 그대로 무너졌다"며 "빨리 한국에 돌아가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당시를 힘겹게 떠올렸다.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10년 넘게 근무한 이씨는 사고 당일도 비행 일정이 있어 인도 호텔에 체류 중이었다.
사고 이후 서너 달이 흐를 동안 이씨와 남편 김장회(37) 씨는 아이의 모습이 어른거려 집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숙식도 큰집에서 해결했다.
극심한 슬픔이 잦아들 즈음 비슷한 사고가 또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들을 다시 일으켰다.
사고로 숨진 태호와 정유찬(사망 당시 7세) 군이 탔던 축구클럽 승합차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어린이 통학 차량의 안전 규정을 강화한 이른바 '세림이법'이 2015년 시행됐지만, 이 축구클럽은 체육시설이나 학원이 아닌 서비스업으로 신고했기에 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같은 사고로 숨진 유찬이 부모와 함께 '축구 한다며 차량에 태워 보낸 아이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려 21만명의 동의를 얻어냈다.
이들 부부는 "국민청원 동의를 구하려고 이리저리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며 "9월 말부터 10월까지는 매일 국회에 출석 도장을 찍으면서 의원 300명에게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개정에 힘쓰겠다'는 서명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당시 임신 초기였던 이씨는 서명을 받으러 다니던 중 국회의원회관에서 하혈을 하며 쓰러져 119구급차에 실려 갔다.
그는 관련 법 개정을 끌어내기 위해 이번 4월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21번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이씨는 "정치는 전혀 낯선 세계였고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컸다"면서도 "그렇게 절실히 뛰었는데 국회에 직접 들어와서 더 열심히 일하라는 설득에 내가 태호를 생각하면 뭔들 못 하겠느냐는 마음으로 요청에 응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당선되지는 못했다.
유족들의 힘겨운 사투 끝에 지난달 29일에서야 숨진 아이들의 이름을 딴 이른바 '태호·유찬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축구클럽 승합차도 안전규정 적용대상에 포함됐다.
또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 관련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 사상사고를 낸 경우 그 정보를 공개하고 제재도 강화하도록 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법 개정은 시작일 뿐이라며 철저한 계도와 단속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찬 군의 아버지 정우식(48) 씨는 "법을 안 지켜도 범칙금 10만원, 20만원 내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며 "법은 일차적인 안전장치일 뿐이고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시민 의식이 먼저 깔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시 책임이 경찰청, 구청, 시청, 교육청이 다 엮여 있는데 컨트롤타워는 없어 애를 먹었다"며 "피해는 났는데 책임질 곳은 명확하지 않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어린이 안전사고와 관련해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달라"고 덧붙였다.
이씨 부부 역시 "단속이 제대로 안 되니까 아직도 아이들이 타는 노란 차에 보호자가 따로 동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 노란 차라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사고로 태호와 유찬이 등 초등생 2명이 숨지고 대학생 행인과 카니발 승합차 운전자 등 5명이 다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