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장애인 고용증진사업 '포 프로젝트' 담당…"ODA사업 현지 근무 목표"
'청각장애인 개발협력 전문가 1호' 꿈꾼다…밀알재단 임서희씨
국제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 밀알복지재단에는 국내 청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개발협력(ODA) 사업에 참여한 여성이 있다.

재단이 지난 2월부터 필리핀 마닐라지부에서 진행하는 장애인 고용증진사업 '포 프로젝트(4 Project)' 담당자 임서희(27)씨다.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둔 19일 만난 임씨는 "지난 1월 밀알복지재단에 채용돼 사업 준비단계부터 함께 해왔다"며 "포 프로젝트 관련 자료를 조사해 수집한 뒤 사업을 기획해 현지 직원들과 소통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는 임씨는 수어(手語)로 기자와 소통했다.

임씨가 담당하는 '포 프로젝트'는 필리핀 현지 장애인 근로자의 권리 보장과 업무환경 조성을 위한 네 가지 활동을 말한다.

▲ 장애인을 고용하려는 회사를 대상으로 한 장애 인식 설문조사 콘텐츠 개발 ▲ 비장애인·고용주 등을 대상으로 한 장애 인식 개선 교육 콘텐츠 개발 ▲ 장애인 근로자의 고용 유지를 위한 시스템 개발 ▲ 장애 인식 개선 행사 콘텐츠 개발 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재단 해외사업장 현황을 확인하고 업데이트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남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임씨는 특수학교 졸업 후 비영리단체에서 3년간 활동하며 ODA 분야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이후 여러 NGO에 지원해 면접을 봤다.

그러나 "청각장애인은 업무지원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함께 일하기 힘들다"는 답변과 함께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지난해 12월 마지막으로 면접을 보고 합격한 곳이 밀알복지재단이다.

그는 "수어 통역사를 배치한 곳은 밀알복지재단이 처음이었다"고 했다.

청각장애인이지만 재단에서 비장애인들과 일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는 "업무 관련 요청이나 피드백은 회사 메신저나 컴퓨터 메모장으로 동료들이 타이핑해 알려주기도 한다"며 "회의할 때는 음성 통역기를 사용해 음성을 문자로 볼 수 있어 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할 때는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업무에 임하고 있다"며 "텍스트나 수어로 소통하는 업무 방식은 비장애인과 차이가 있지만, 업무에 임하는 자세나 내용은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14개국에서 장애인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ODA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임씨는 "그만큼 접할 수 있는 사례가 많아 실무경험은 물론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재밌게 일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포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임씨의 꿈은 ODA 사업이 실제로 이뤄지는 해외 현지에서 근무하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고자 퇴근 후나 주말에도 ODA 관련 책을 찾아 읽으며 전문성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지에서 NGO 사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경험하고 싶어요.

최종 목표는 청각장애인 최초로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거예요.

장애인을 불쌍한 사람으로 생각하거나 동정의 시선으로 보기보다는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봐줬으면 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