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이념적 분열 메워야 할 바이든에 중대한 진전"
샌더스, 2016년보다 지지선언 매우 빨라…바이든, 위스콘신 경선 압승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이 1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이념적으로 진보 성향인 샌더스 지지층을 끌어안는 것이 최대 과제 중 하나인 중도 성향의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선 선거전의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날개 단 바이든…샌더스 "백악관엔 당신이 필요" 지지 선언(종합)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이 주최한 한 온라인 행사에 출연해 "나는 모든 미국인과 민주당 지지층, 무당파, 공화당 지지층이 내가 지지한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에 함께 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기 위해 한 장소에 모이는 대신 온라인상의 분할된 화면을 통해 지지 선언과 감사를 주고 받았다.

샌더스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라고 규정한 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한 번의 임기로 끝나는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이것이 일어나도록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바이든과 정책적 차이가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지만 최우선 순위는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는 것이라며 바이든을 향해 "우리는 백악관에 당신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공정하고 더 정의로운 미국을 위해 가장 강력한 목소리"라고 칭하며 샌더스에게 화답했다.

샌더스는 경선에서 바이든이 압도적 선두로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선거운동조차 여의치 않자 지난 8일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샌더스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자칭할 정도로 진보적 공약을 내걸었지만 중도 성향의 바이든은 그동안 이들 공약이 급진적이고 비현실적이라며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날개 단 바이든…샌더스 "백악관엔 당신이 필요" 지지 선언(종합)
이날 지지선언으로 주로 중도 성향과 노인층에서 강점을 보인 바이든은 샌더스의 주된 지지층으로 알려진 진보층과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확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측은 이날 경제, 교육, 사법 정의, 이민, 기후변화 등 미국이 당면한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해 6개의 정책 실무그룹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지속적 협력을 다짐했다.

바이든은 샌더스를 향해 "나는 당신이 필요하다"며 "이는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서"라고 협력을 요청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결을 앞두고 유권자를 단합시키기 위해 민주당의 이념적 분열을 메워야 할 바이든에게 샌더스의 지지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무소속 신분으로 경선에 뛰어든 샌더스의 지지 선언 시점은 2016년과 비교해 큰 대조를 이룬다.

당시 샌더스는 민주당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유리하게 경선을 운영한다는 강한 불만 속에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도 경선을 완주했고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예정된 7월에야 힐러리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힐러리 후보가 샌더스 지지층 표심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고, 이것이 2016년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선 대결에서 패배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샌더스는 올해의 경우 지난 8일 선거운동을 중단한 지 일주일도 안돼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AP통신은 "멍들어버린 2016년 선거의 반복을 피하려는 열망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날개 단 바이든…샌더스 "백악관엔 당신이 필요" 지지 선언(종합)
그동안 바이든이 샌더스에게 공을 들인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로이터는 바이든과 그의 선거 캠프는 샌더스가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하기 전부터 수주간 샌더스, 그의 캠프와 접촉했다며 샌더스의 출구를 찾는 노력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바이든은 의료보험 접근 확대, 일부 대학생의 부채 탕감과 등록금 무료화 등 샌더스를 의식한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샌더스는 지난주 선거운동을 중단하면서도 남은 경선 주의 투표지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겠다고 밝혀 민주당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해석을 낳았다.

샌더스는 이날 투표지에서 이름을 뺄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바이든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대선 경쟁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을 지켜봤다"며 "샌더스의 지지는 선거 캠프에 힘과 관심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84명의 대의원이 걸린 위스콘신주(州) 경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샌더스 상원의원을 누르고 승리했다고 CNN방송, AP통신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위스콘신은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초박빙의 차이로 '신승'한 대표적 경합주로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AP통신은 투표소 13%에서 집계가 완료된 결과를 기준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 기준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이 64.5%의 득표율로 29.5%를 얻은 샌더스 의원을 압도적 차이로 앞섰다.

위스콘신 경선은 샌더스 의원이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하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우여곡절 끝에 실시됐으며 부재자투표 관리 등과 관련해 발표는 이날 이뤄졌다.

앞으로 경선이 계속 진행되더라도 샌더스가 바이든 지지를 공식 선언한 상태라 사실상 요식절차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