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우려"…채용일정 못 잡는 은행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은행들이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 일정을 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는 가운데 집단 필기시험과 대면 면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칫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13일 코로나19 확산 이후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상반기 대규모 신입행원 채용 공고를 냈다. 예년에는 2월 말~3월 초 일정을 발표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빚어진 올해엔 두 달가량 미뤄졌다. 선발 인원은 250명으로 정했다.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서류를 접수하고, 6월 13일 필기시험, 6월 말께 면접을 치를 계획이다. 채용 인원의 50배인 1만2500여 명에게 시험 볼 기회를 줄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더 이상 채용 일정이 늦춰져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고사장을 철저히 방역하고 수험자 간 거리도 충분히 확보해 시험을 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50명 안팎의 신입 사원을 뽑기로 하고 이달 17일까지 지원 신청서를 받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하반기에 35명 안팎의 신입 사원을 뽑을 계획이다.

채용 인원이 비교적 적은 국책은행과 달리 대형은행들은 아직 상반기 채용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월 12일 채용공고를 냈다. 이번에는 19일까지 이뤄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여부와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감안해 채용 계획을 내놓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상반기 공채 시점과 규모를 놓고 고심 중이다. 13일 시급한 분야인 기업금융, 디지털, 정보통신기술 전문가를 온라인을 활용해 ‘비대면 전형’으로 뽑겠다는 수시채용 공고를 냈다.

연초와 연말 두 차례 대규모 공채를 하는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채용공고를 내고 올 1월 말 서류합격자를 발표한 뒤 2월 9일 필기시험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당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단계였으나 농협은행은 고사장 확보와 안전 조치 등을 위해 필기시험 날짜를 2주 늦췄다. 이후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번지자 면접전형을 무기한 연기한 뒤 지금까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민·하나은행은 상반기 공채를 하지 않는다.

은행권이 채용일정을 잡는 데 애를 먹는 이유는 필기시험이 사실상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채용 비리 사태를 계기로 2018년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