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수 천억원에 달하는 희대의 어음사기로 구속됐다가 최근 6억원대 사기 혐의로 또다시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장영자씨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사기 혐의로만 네 번째 구속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9일 사기, 위조 유가증권 행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장씨는 2015년 7월부터 2017년까지 남편 명의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기증하려는데 돈이 필요하다거나 '문화재단을 만드는데 현금이 필요하다'는 등 지인들을 속여 약 6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 조사 결과 장씨 남편 명의의 에버랜드 전환사채나 삼성전자 주식 등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장씨는 액면금액 154억 20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가 위조됐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 사실을 모르는 피해자에게 현금으로 바꿔달라고 교부한 혐의도 받는다.

1,2심은 "피고인의 사기, 유가증권 등 혐의에 대해서 모두 유죄로 인정하기 충분한 증거들이 제출됐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기망해 금원을 편취하고 자기앞수표가 위조된 것을 알면서도 행사했다"며 "원심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5공화국 큰 손’으로 불리는 장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삼촌인 고(故) 이규광씨의 처제이면서 중앙정보부 차장이었던 고(故) 이철희씨의 아내다. 1982년 어음 사기 사건으로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장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남편을 내세워 기업에 돈을 빌려준 뒤 몇 배에 달하는 어음을 유통하며 이득을 챙겼는데 그 규모가 7000여억원에 달했다. 1992년 가석방된 장씨는 1994년에 또다시 140억원대 차용 사기를 저질러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2000년엔 220억원대 구권화폐 사기로 또 구속됐다. 구속과 석방을 반복하던 장씨는 이미 복역을 마친 29년에 이날 선고가 난 4년을 더해 총 33년을 감옥에서 보내게됐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