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걸 바꿔놓고 있습니다. 의료 시스템은 물론 정치 경제 예술 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우리 생활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가 지나간 뒤 세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로나 이후’를 조망하는 명사 칼럼을 최근 게재했습니다.

WSJ와 독점 제휴를 맺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이 화제를 모았던 이 칼럼 17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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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엔 책을 쓰는 작가들이 유리하다. 관객을 앞에 두고 공연을 할 수도 없고, 작은 모임이라도 열어 독자와 교류조차 할 수 없는데도 그렇다.

인간은 이야기를 하는 존재다.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고 상황이 얼마나 나쁘든 간에 사람들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유려한 이야기, 조잡한 이야기, 희극, 비극, 논픽션, 판타지 등. 인간에겐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독서는 다른 활동과 크게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친 뒤 다른 행위들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독서는 그렇지 않다. 오프라인 서점이 잠시 문을 닫을지 몰라도 독자들은 온라인 서점을 통해 책을 배송 받을 것이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공공 도서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다.

작가들은 원래부터 독자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작가는 공연 예술가와 다르다. 예술가들은 실시간으로, 직접 관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가들은 작품만을 내놓은 채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작가 중엔 독자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북 투어’조차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작가는 근본적으로 작품 뒤로 숨을 수 있는 이들이다. 작가가 출판사에 원고를 써보내 책이 출판되기까지는 약 1년이 걸린다. 그동안 원고가 수정되고, 교정을 거치고, 다시 수정된다. 이 과정에서 작가와 이야기 간 거리가 생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야기를 즐기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온라인에선 시(詩) 애호가 등이 만든 모임이 활성화돼 있었다. 미국 시재단은 매일 홈페이지에 시를 올리고 있다.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도 있는 시간에 시를 읽기로 택한 나같은 이들을 위해서다.

새로운 형식의 북클럽이 나올 수도 있다. 북클럽은 수십년간 미국에서 번성했다.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람이 많아지면서 모임이 없어질 것이란 건 오산이다. 이젠 스카이프나 줌 등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가상 북클럽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나도 친구가 연 온라인 다과회에 초대 받은 적이 있다. 평생 처음 해 본 경험이었다.

문학잡지 ‘퍼블릭 스페이스’의 북클럽도 온라인 문화 모임의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문화 활동에 나설 기회가 급격히 줄자 이 잡지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불특정 다수가 함께 읽는 프로젝트 방식으로 소개했다. 중국계 미국 소설가 이윤 리가 제안한 일이다. 이를 통해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이 연대하고 정신을 고양할 수 있게 됐다.

수도원 생활 같은 자가격리는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옴직한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사람들과 잘 만나지 못하는 일상이다. 대규모 모임은 더욱 어렵다. 과거엔 당연하다고 여겼던 생활이 사라졌다. 질병과 리더십 부재 등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이야기를 나눌 방법을 찾을 것이다.

원제=New forms of storytelling and old ones too
정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