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찾아다니기가 취미인 33세 직장인 손민서 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그는 한 달째 외식을 끊었다. 재택근무를 하며 남편과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다. 평일 점심은 샐러드나 간편식, 저녁은 밀키트로 해결한다. 회사 동료들과 단톡방을 개설해 맛있는 밀키트 메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그의 스마트폰 속 장바구니엔 신상 봄옷이 아니라 손질된 대파와 다진 마늘 등 채소가 담겨 있다. 식사 후엔 테이크아웃 커피 대신 양파즙과 홍삼을 챙겨 먹는다. 코로나19가 먹는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5끼 집밥을 부탁해"…잘나가는 밀키트·보양식
‘1日 5끼’ 차리는 주부들…밀키트가 살렸다

가정에서는 ‘사먹는 밥’을 ‘해먹는 밥’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잘 손질된 채소 등 식재료, 칼로리가 낮은 고단백 샐러드와 밀키트, 건강에 좋은 보양 가정간편식(HMR) 등은 요즘 사람들의 필수 구매 목록이 됐다.

"5끼 집밥을 부탁해"…잘나가는 밀키트·보양식
밀키트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크게 성장했다. 어린이집 개원과 학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간식까지 포함해 하루평균 다섯 끼를 챙겨줘야 하는 주부들 사이에선 인스턴트나 냉동식품보다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가 인기다. 치즈짜장떡볶이 햄버그스테이크 등 간식용 밀키트 매출 증가율이 특히 돋보였다. 국내 1위 밀키트 기업인 프레시지의 지난 2월 밀키트 판매량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네 배 증가했다. 정중교 프레시지 대표는 “외식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밀키트 주소비층인 30~40대 주부의 주문이 더 늘었다”며 “밀키트를 잘 몰랐던 50~60대 소비자까지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 사이에선 ‘샐러드 도시락’이 뜨고 있다. 밀키트 중에서도 샐러드 밀키트는 아침과 점심 대용식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2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2~6배 증가했다. GS25 편의점에서 닭가슴살 샐러드는 전년 동기 대비 176.6% 판매가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면서 운동량이 줄어 혼자 먹는 밥은 더 가볍게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양식 재료와 홍삼 매출 증가

"5끼 집밥을 부탁해"…잘나가는 밀키트·보양식
HMR 중에는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국과 탕 종류가 잘 팔린다. 위메프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즉석 삼계탕 매출은 321% 증가했다. 대상 종가집의 프리미엄 간편한식 종가반상 중 남도추어탕 매출은 2월에 전월 대비 17배 늘었다. 아워홈의 ‘푸짐한 갈비탕’ ‘진한추어탕’ 등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신선식품 중에서도 보양식 재료가 잘 팔렸다. 홈플러스 온라인몰에서 2월 한 달간 전복과 토종닭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5%, 219% 매출이 증가했다.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이 늘면서 ‘완성 소스’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간편식이나 배달 음식을 먹더라도 입맛에 맞춰 맛을 조금 더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력 강화가 강조됨에 따라 홍삼과 인삼, 영양제와 건강즙 등을 찾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설 선물세트 수요가 몰린 이후인 2~3월은 홍삼과 건강즙 등 각종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비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이들 제품이 주요 온라인몰의 효자 상품이 됐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면세점 수요가 급감했는데도 최근 한 달간 가맹점 판매가 26%, 온라인 쇼핑몰인 정몰 매출은 95% 늘며 전체적으로 전년 수준의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