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주가가 최저가 수준까지 급락하자 장내에서 주식을 쓸어담는 대주주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상장기업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는 자녀들이 지분 확대 기회로 삼고 있다.
성신양회·고려제강 등 오너 일가 지분 확대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멘트 제조업체인 성신양회는 김영준 회장의 두 아들인 김태현 부회장과 김석현 부사장이 각각 회사 주식 6만1728주(0.25%), 15만3259주(0.63%)를 지난 20일부터 장내에서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성신양회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 한창이다. 장남인 김 부회장은 성신양회 지분 12.73%를 보유하고 있다. 부친인 김 회장 지분(11.39%)보다는 많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차남인 김 부사장의 보유 지분은 4.50%에 불과하다. 성신양회 주가가 전날 1년 최저가인 5680원까지 떨어진 시기에 보유 지분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홍석표 고려제강 부사장도 이달 들어 회사 주식 40만 주를 취득했다. 절반은 고려제강 최대주주인 부친 홍영철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고, 절반은 이달 초 35억6000만원을 들여 장내매수했다. 고려제강도 이달 들어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주가가 지난해 고점에 비해 42.18% 급락하자 증여와 장내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상장주식에 대한 증여세는 증여시점 2개월 전후의 종가 평균으로 정해지는 만큼 주가가 낮을 때 증여세를 아낄 수 있다.

국내 밀가루 시장 2위 업체 대한제분의 2세 경영인인 이건영 회장과 이재영 부사장도 이달 들어 지분을 각각 0.12%, 0.14% 확대했다. 대한제분은 창립자 이종각 명예회장과 이건영 회장 등 자녀들이 96.3% 지분을 가진 지주회사 디앤비컴퍼니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

코스닥 절삭공구 제조업체 와이지-원에서는 송호근 대표의 막내딸 송주리 씨가 이달 들어 와이지-원 주식 1억6542만원어치(2만4962주)를 매수했다. 1992년생인 송씨는 와이지-원 지분 0.57%를 직접 보유하고,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한국기술을 통해 와이지-원 지분 0.10%를 보유하고 있다.

범LG그룹 오너 일가도 대거 주식을 늘렸다. LS그룹에선 대주주 일가 17명이 한꺼번에 나서 지주회사인 LS 주식을 매수했다. 이들은 67억원을 투자해 이달 들어 지분 0.50%를 늘렸다. GS그룹에서도 이달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등 오너 일가 5명이 지주회사 GS 주식 20만3053주(0.24%)를 늘렸다.

오너 일가의 지분 확대는 주식시장에서 저점 신호로 해석된다.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전망이나 정보에 가장 밝은 오너 일가가 지분을 확대했다는 것은 주가가 그만큼 저평가됐다는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수습되면 낙폭과대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재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