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허당이다. 동거를 하던 애인에게도 당하고, 사채업자에게도 당하고, 심지어 '호구잡았다'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동창한테도 당한다. 하지만 극 후반부엔 통쾌한 반전을 담당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 인물이다.
"어떤 작품이나 첫 시사회 반응에 가장 긴장되는데, 이번엔 그게 좋으니 안심이 돼요. 작품은 좋으니 이제 온전히 다음 상황에 운명을 던져야 하니까 마음이 놓여요.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미뤄지게 됐는데, 그것도 이 작품의 운명 중 하나인 거 같아요."
처음이었지만 정우성과 전도연은 어색함이 없었다. 정우성은 "왜 우리가 그동안 한 번도 안했나라는 생각을 서로 한 거 같다"면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오랫동안 서로가 연기하는 모습을 봐 왔기에 "존중하는 현장"이었다고.
"모든 배우에게 시나리오가 가장 기본적인 작품 선택의 요소인데, 시나리오를 보고 전도연 씨가 캐스팅됐다는 얘길 들으니 더 반갑고 확신이 생겼어요. 특히 태영은 캐릭터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 같았죠. 영화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인물은 아니지만 누구와도 엮이지 않았기에 허점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관객들이 쉬어가는 타이밍이 되길 바랐죠."
노메이크업으로 자신의 살아온 삶까지 스크린에 담아낸 정우성이었다. "메이크업을 위한 메이크업은 하지 않는다"는 정우성은 "제 나이에 맞는, 시간 안에 보일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게 맞다"면서 연기관을 전했다. "외모 관리는 전혀 안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부모님이 주신 DNA"라고 유머 있게 답하며 "누워있는 시간이 답답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피부관리실에 누워도 있어 봤어요. 몇회권을 한 번에 결제하고 안 가서 생돈을 날린 적도 있죠. 그런데 누워만 있지 못하겠더라고요. 시간의 흔적을 받아들이는게 좋지 않을까요? 말은 이렇게 해도, 귀찮은 거죠.(웃음) 게으른 거고."
"절박한 시기는 있었지만, 한탕주의는 없었어요. 10대 때 학교를 자퇴하고, 세상에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나와 내가 어디에 서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아르바이트도 하고, 모델도 했어요. 에이전시가 사라져 돈이 떼이기도 했죠. 그럼에도 제가 가졌던 건 막연한 꿈이었지 '돈을 벌어야겠다'는 아니었던 거 같아요. 순자(윤여정)가 '사지가 멀쩡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걸 모두에게 받아들이라 강요할 순 없지만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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