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더 큰 사고 막는 예방주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에 처벌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요? 잘못 알려진 겁니다. 폭행, 명예훼손, 협박 등 사안의 경중에 따라 당연히 형사처벌됩니다. 괴롭힘 금지법에 관련 조항을 두지 않은 것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이 법은 지난해 1월 국회 통과를 앞두고 간호사들의 ‘태움’ 관행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주목받았다. “일하는 문화를 법으로라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과 “업무 지시도 괴롭힘이냐”는 찬반 논쟁이 아직도 팽팽하다.

이런 가운데 괴롭힘 금지법의 ‘산파’ 역할을 했던 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 대표(사진)가 직장 내 갈등 해결 및 괴롭힘 예방 가이드북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를 출간했다. 말도 많았던 괴롭힘 금지법의 입법 과정, 기업 경영자와 인사 담당자들이 알아야 할 내용을 담은 ‘참고서’다.

문 대표는 1993년 노무사시험에 합격한 이후 노사정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회장 등을 지낸 대표적 여성 노동 전문가다. 2013년 미국 페퍼다인대 로스쿨 유학 후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천착해 2016년부터 2년여간 수십 차례의 관련 포럼을 주도하며 입법의 토대를 닦았다.

문 대표는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가해자 처벌은 형법과 기존 근로기준법 조항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괴롭힘 금지법은 당사자 간의 감정이 개입돼 괴롭힘 사건이 쌍방 고소로 확전되고 회사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의 예방주사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에 이른 사건을 언급하면서 “괴롭힘 사건은 우연이 아니라 오랜 기간 상호작용과 조직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더 큰 사고를 예고하는 경고 메시지”라고 했다. 기업 경영자들의 관심도 촉구했다. 문 대표는 “괴롭힘이 만연해 있는 조직에선 직원들이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