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날 버킹엄궁을 통해 해리 왕자 부부(사진)의 향후 거취 등에 관한 왕실 내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버킹엄궁은 이 합의사항은 올 봄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왕실 공식 구성원에서 물러나는 해리 왕자 부부는 우선 여왕으로부터 받은 왕실직함(HRH)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 왕자와 공주 등에게 부여되는 HRH는 ‘His·Her Royal Highness’의 약자다. 우리말로는 ‘전하’로 번역할 수 있다.
해리 왕자의 공식 왕실직함은 ‘서섹스 공작, 덤바턴 백작, 카일킬 남작 전하’다. 해리 왕자는 2018년 5월 결혼하면서 여왕으로부터 서섹스 공작(잉글랜드), 덤바턴 백작(스코틀랜드), 카일킬 남작(북아일랜드)의 작위를 받았다. 통상 해리 왕자부부는 서섹스 공작 전하와 전하비로 불려왔다.
다만 왕자 호칭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영국에선 현직 왕이나 여왕의 손자나 손녀 등 3대까지만 왕자와 공주가 될 수 있다.
해리 왕자 부부가 왕실 공무 수행 등의 대가로 받았던 재정지원도 중단된다. 버킹엄궁은 해리 왕자 부부의 자택으로 사용 중인 윈저성 프로그모어 코티지를 리모델링하는데 들어갔던 240만파운드(약 36억원)의 세금도 국민들에게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여왕은 성명에서 “수개월에 걸친 대화와 최근을 논의를 통해 내 손자와 그의 가족을 위해 건설적인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여왕은 “해리와 메건, 아치(해리 왕자부부 아들)는 항상 우리 가족의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이라며 “그들이 이 나라와 영연방에 헌신적으로 일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메건이 빨리 가족의 일원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며 “오늘 합의로 (해리 왕자 부부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새 삶을 건설할 수 있게 된 것이 우리 가족 전체의 희망”이라고 밝혔다.
버킹엄궁은 해리 왕자 부부가 공식적인 군 직책을 포함해 왕실 공무로부터 물러나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여왕의 허락 하에 개인적인 후원과 연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킹엄궁은 향후 해리 왕자 부부의 경호 문제와 관련,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해리 왕자는 통상 경찰관 6명의 경호를 받고 있다.
앞서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는 지난 8일 내놓은 성명에서 왕실 고위 구성원에서 물러나고, 재정적으로 독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앞으로 영국과 북미에서 균형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왕실 직계 인사가 왕실과의 결별을 선언한 건 1936년 미국인 이혼녀와의 결혼을 위해 자진 퇴위한 에드워드 8세 이후 처음이다.
해리 왕자는 2018년 5월 할리우드 여배우 출신인 메건 마클 왕자비와 결혼한 이후 형 윌리엄 왕세손과 불화설에 시달려왔다. 마클 왕자비는 한 차례 이혼 경험이 있는데다 혼혈 미국인이어서 결혼 당시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해리 왕자는 파파라치를 피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모친인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 죽음 이후 언론과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