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에 지난해는 대외 불확실성으로 신음한 한 해였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프라 투자가 급감하고 정보기술(IT) 기기 수요도 줄었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자동차 수요도 감소했다. 반도체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가격이 하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50%, 8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자동차는 2017년 이후 ‘100만 대’ 이하로 떨어진 중국 시장 판매량을 지난해에도 회복하지 못했다. 항공업계도 지난해 한·일 관계 악화라는 ‘난기류’를 만났다. 일본 노선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대한항공을 제외한 7개 항공사가 모두 지난해 3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이 새해에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내 주요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해 5세대(5G) 이동통신, 수소전기자동차 등 미래 신산업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자동차, 건설 등 철강재가 쓰이는 전방 산업의 업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호주 등 주요 철광석 생산국의 자연재해로 원재료 값까지 올랐다.올해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철강 수요는 아직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철강업체의 공급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서다. 작년 1~9월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7억4681만t으로 전년 대비 8.0% 늘었다.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중국 정부의 철강 감산이 시행될 계획이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 침체 우려로 환경규제가 과거보다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철강 가격은 2018년을 고점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열연 가격은 2018년 1월 최고가 대비 현재 13.8% 하락한 상황이다.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차츰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광석 가격은 작년 1월부터 꾸준히 올라 7월에는 t당 120달러 선을 넘어서며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8월 이후 조금씩 하락했지만 여전히 t당 90달러 선에 형성돼 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광석 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원가 부담은 완화되겠지만, 이는 철강 판매가를 압박하는 요인이기도 하다”며 “약해진 수요에서 통제되지 않는 공급이 증가하는 상황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증권가에 따르면 포스코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을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의 분기 영업이익이 2017년 4분기 이후 9개 분기 만에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1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최근 4년간 영업이익이 연평균 9~14%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적인 수요 증가와 저유가 덕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20년부터 석유화학산업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2~3년간은 실적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한국 석유화학산업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은 미국과 중국의 설비 확대 등 세계적인 공급 증가다. 한국의 석유화학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에틸렌 등 기초원료 제조설비 증설은 2020~2021년, PET병·폴리에스터 섬유 등 원료 설비증설은 2019~2020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학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지난해 수출은 전년에 비해 15.2% 감소한 424억달러로 추정했다. 올해 수출은 2.7% 증가한 436억달러로 전망했다. 국내 증설된 설비가 올해 정상 가동되는 것을 감안한 수치다.중동 정유기업들이 석유화학에 투자를 늘리는 것도 공급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장기적으로 석유 사업에 대한 장기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어 그에 비해 안정적인 석유화학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람코 등의 기업이 석유정제품 생산을 줄이고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늘리는 COTC(crude oil to chemical) 설비를 도입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범용 제품보다 고부가가치 사업에서 역량을 강화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지난해 국내 항공산업은 일본 여행 자제 운동으로 타격을 입었다. 해외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행 수요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는 만큼 업계 재편으로 공급 과잉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제선 부문의 저비용항공사(LCC) 공급은 총 842만 석으로, 2018년보다 12.5% 증가했다. 반면 LCC 이용객 증가율은 2018년 대비 4.6%(842만 석)에 불과했다.국내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공급은 3.5%(535만 석) 증가했지만 이용객은 1.1%(476만 명)만 늘어났다. 여기에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 여행 자제운동 등이 겹치면서 국내 항공사는 연중 최고 성수기인 3분기에도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흑자를 낸 대한항공도 영업이익이 2018년 대비 70% 급감했다.전문가들은 올해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는 만큼 작년보다는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HDC현대산업개발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초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진 교체, 유상증자 등을 한다. 실적부진에 시달리던 이스타항공도 제주항공의 품에 안기면서 중복 운항하던 비수익 노선을 구조조정할 예정이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