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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장 빨리 찾아온다는 설악산 대청봉(해발 1천708m)은 이날 상고대가 활짝 펴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렸다.
대청봉부터 공룡능선을 따라 고지대를 뒤덮은 흰 눈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청명함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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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굽잇길을 넘어가던 운전자들은 정상이 다다를수록 설국의 장관이 펼쳐지자 휴게소에 잠시 차를 멈춰 세우고 휴대전화를 들어 연신 셔터를 눌러대기 바빴다.
탐방로를 향하던 몇몇 관광객은 산불조심기간으로 다음 달 중순까지 입산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을 확인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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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군 대관령면 선자령에서는 두툼한 등산복 차림의 시민들이 눈 터널 같은 탐방로를 걸으며 겨울의 시작을 온몸으로 즐겼다.
설악산과 대관령 등 백두대간을 지척에 두고 살아가는 속초·양양·강릉 주민들은 밤사이 겨울옷을 갈아입은 산봉우리에 눈 호강을 했다.
산 아래 단풍과 꼭대기의 눈이 연출하는 두 계절의 공존에 잠시 가던 길을 멈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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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 장사동 주민 김영근(47)씨는 "아침에 차창 밖을 보니 울산바위 너머 눈 쌓인 설악산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이는 강원 동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이라며 "날씨까지 맑아 출근길이 흐뭇했다"고 말했다.
설악산국립공원 대청분소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까지 중청대피소 인근에 15㎝가량 눈이 내렸다.
다만 설악산에는 정확한 관측장비가 없어서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진 않는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까지 적설량은 미시령 14㎝, 대관령 5㎝ 등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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