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만 반대해도 무산…超法 관행에 막힌 '데이터 3법'
“모두 달라붙어서 설득하고 있는데 잘 안 되네요. 소위원회 의결은 만장일치가 관례여서….”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회의실 앞. ‘데이터 3법’ 중 하나인 신용정보법 법안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법안소위에 배석했던 금융위원회 공무원들이 전해준 뜻밖의 소식에 낭패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신용정보법은 지난 12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19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한 ‘비쟁점 법안’ 중 하나였다. 하지만 늑장 심사에 걸려 합의 날짜를 어긴 데 이어 이날도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법안 통과에 합의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지만 의외의 복병이 나타났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반대를 외친 것. 지 의원의 고집에 일부 의원들은 표결 처리하자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전원이 찬성해야 한다는 ‘관례’의 벽에 막혔다.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의 ‘만장일치’ 관행이 주요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 셈이다. 이날 회의도 소위에 참석한 11명 중 지 의원 한 명의 반대로 처리가 무산돼 25일 재논의하기로 했다.

회의 직후 의원들 사이에서도 더 이상 법적 근거가 없는 ‘초법적’ 만장일치 관례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 법안소위 의결 방식은 위원회에 관한 규정을 따른다.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이라는 다수결의 원칙을 소위에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견이다.

전례도 있다. 지난해 5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소위 논의 당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의 반대에 부딪힌 여야 의원들은 거수 표결로 법안을 의결했다. 18대 국회 이후 7건의 법안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이날 회의 결과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는 “국회가 초법적 관례를 내세워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입법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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