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1세대 창업주는 맨손으로 회사를 설립한 뒤 직원 수를 늘리고 매출을 확대했다. 이에 비해 가업을 이어받은 2~3세대의 기업가 정신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업주가 ‘기업의 성장’을 목표로 회사를 운영한 반면 자녀들은 좋은 환경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애초부터 마인드와 목표가 다르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표적인 가구·패션 중견업체였던 A사는 창업주의 아들이 경영에 참여한 뒤 회사 주요 사업부문을 매각했다. 경쟁력을 잃어가는 제조업 대신 스포츠와 호텔업 등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규모는 작더라도 알짜배기 가족회사를 갖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부품회사의 오너 2세는 투자회사를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외국계 기업에서 컨설턴트로 일해온 그는 제조업 대신 자신의 경험을 살리겠다며 신산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2~3세대 경영자의 기업가 정신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중견기업연구원이 내년 3월부터 연세대 경영대와 손잡고 중견기업 2~3세대 경영자만을 위한 차별화된 ‘MBA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이유다. 일반적인 경영 이론보다 기업가 정신, 가업승계에 따른 어려움 해결 및 신성장동력 발굴, 기존 사업의 선진화 방안, 기업 인수합병(M&A), 해외 진출 등의 주제를 깊이있게 다룰 예정이다.

가업승계를 연구해온 김선화 한국가족기업연구소 소장은 “2~3세대는 1세대가 키워놓은 회사를 전문성을 갖춘 중견기업 이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며 “헝그리 정신과 강한 리더십을 갖췄던 1세대에 비해 2~3세대는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