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도차이나 반도를 점령했던 프랑스인들은 1903~1905년 지도 제작 차원에서 탐사를 하다 사파라는 진주를 ‘발견’했다. 라오까이와는 달리, 연평균 기온 15도의 청명하고 시원한 날씨에 반해 이곳을 일종의 군사 휴양지로 삼았다. 계곡을 따라 라오까이와 사파를 잇는 길을 1909~1912년에 개척했고, 1924년엔 차가 다닐 만큼 도로를 확장했다. 1927년 사파 타운 전역에 전기가 공급되고, 1930년엔 라오까이와 사파를 잇는 통신망이 개설됐다. ‘인프라’ 확충과 함께 사파는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관광지’로 변모를 거듭했다. 1909년 첫 민영 호텔이 들어선 이래 1914년엔 하노이 북부를 관할한 통킹 총독의 여름 별장이 지어졌다. 사파 타운 중심에 있는 유서깊은 호텔인 메트로폴(그랜드 호텔 드 사파)이 45실 규모로 완공된 게 1932년이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 숙소를 어디에 잡느냐가 사파 여행의 동선을 결정한다. 메트로폴을 중심으로 사파 타운엔 천차만별의 호텔들이 즐비하다. 사파 호수를 비롯해 유럽인들이 선호하는 레스토랑도 이곳에 밀집해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높은 판시판산을 오르기 위한 첫 출발지도 메트로폴이다. 이곳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케이블카 정거장까지 가도록 설계돼 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캇캇 마을도 택시로 10분이면 갈 수 있다. 다만, 요즘 사파 타운은 곳곳이 공사 현장이어서 자칫 홍보용 사진만 보고 골랐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하루종일 포크레인을 굉음을 들어야할 수도 있고, 베란다에서 보이는 풍경이라고 해봐야 새로 올라가는 호텔들의 엉성한 골조뿐일 수도 있다.
사파를 찾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트래킹이다. 산길을 따라 소수 민족들의 삶을 여과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수많은 유럽의 배낭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대표적인 트래킹 코스는 두 곳이다. 우선, 캇캇 마을을 꼽을 수 있다. 공사 현장의 먼지와 수시로 경적을 울리며 매연을 뿜어대는 자동차만 개의치 않는다면, 사파 타운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캇캇 마을은 사파 트래킹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곳이다.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잘 꾸며진 민속촌이라고 할 수 있다. 흐멍족들이 직접 만든 각종 공예품들을 싼값에 구매할 수 있는 데다 풍광 자체가 아름답다.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 프랑스인들은 블랙흐멍족의 마을인 ‘캇캇’에 1925년 수력 발전 설비를 건설했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관광지다.
가이드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면, 영어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산골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마을마다 학교 하나씩 갖추고는 있지만, 초등교육이 고작이다. 중등 교육 이상을 받으려면 라오까이로 나가야 한다. 영어를 한 번도 배워보지 않은 그녀들이 가이드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은 영어는 곧 돈이라는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을 안내한 20살의 그녀는 교과서 하나 없이 오로지 눈치만으로 배운 영어 실력 덕분에 남편의 대학 뒷바라지까지 도맡았다. 2박4일의 사파 여행 중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기억을 되살리는 것만으로도, 무미 건조한 하노이에서의 삶에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역시, 사파는 베트남 여행의 백미다.
박동휘 하노이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