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발언에 폭락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마디에 급등했다.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이 가상화폐 프로젝트인 ‘리브라’ 도입을 늦추겠다고 했고, 시 주석은 가상화폐의 토대인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블록체인 기술 선점해라" 시진핑 한마디에 비트코인 40% 폭등
2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24일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블록체인 발전과 동향에 대한 집단학습을 주재한 자리에서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가 디지털 금융과 사물인터넷, 스마트 제조, 공급망 관리, 디지털 자산 거래 등으로 확산했다”며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산업의 혁신적 발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이 앞으로 블록체인 분야의 이론과 혁신, 산업에서 선두에 설 수 있도록 기초 연구를 강화하고 혁신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국제적으로 중국의 발언권과 규정 제정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블록체인 표준화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비트코인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7400달러 선에 머물던 비트코인 가격은 시 주석의 발언이 알려지자 26일 40% 이상 급등하며 1만달러를 돌파했다. 비트코인 값은 한때 1만76달러(약 1183만원)까지 뛰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가상화폐가 기존 금융질서를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며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를 강력하게 금지해왔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에는 큰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산하에 블록체인 연구소를 세우기도 했다. 시장에선 시 주석의 발언을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정책을 바꿨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지난 23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금융당국의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리브라 도입을 늦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 통화 안정성과 개인정보, 보안 등을 우려하는 의원들의 질문에 “리브라의 목적은 법정 통화 체제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저렴하고 보편적인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저커버그 CEO의 이 같은 발언으로 비트코인 값은 8200달러 수준에서 75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