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발랄하다.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예민하고 제멋대로에 자존심이 센 여자 선영(이정현)은 자신에게 맞춤형으로 집안일부터 모든 것을 다 해주던 현우(권상우)의 갑작스러운 이혼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시끌벅적한 이혼식을 제안했다. 허세에 과시욕까지 있었던 현우 성격에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것.
하지만 현우는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도 이혼을 해내며 선영 곁을 떠났다. 그런 이혼식을 첫 장면으로 '두번할까요'는 시작된다.
초반 설정인 이혼식이 황당하긴 하지만, 이후에 벌어지는 우연과 설정들을 고려하면 이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
이혼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현우에게 연락하는 선영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런 선영에게 휘둘려 팔에 깁스한 그녀를 위해 매일 퇴근 후 집안일을 하는 현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다시 말하지만, 현우는 선영이 너무 싫어 이혼식까지 감내하고 결별한 인물이다.
그런 상철에게도 치명적인 비밀이 있었다. 바로 악플러였던 것. 불만 사항을 회사에 직접 연락해 문의하는 것이 아닌, SNS에 해시태그를 달고 게시물을 작성하고, 기사 댓글을 달면서 홍보팀 블랙리스트에 올라 특별 관리된다. 그의 담당자로 온 인물이 현우였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재회하며 연애사까지 털어놓게 된다.
권상우, 이종혁, 성동일 등 배우들의 고군분투 하면서 극을 이끌고 간다. 권상우는 "집에서 해봤으니까 안다"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 후 나뭇잎에 닦는 스킬을 선보였고, 간간히 웃긴 장면 대부분 배우들의 애드리브로 완성됐다고 한다.
이정현과 권상우는 "그냥 생각없이 배우들이 웃다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지만, 그나마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갈수록 수습이 불가하다.
중국집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달리던 현우가 공사 중이던 맨홀에 빠져 버둥거리는 철 지난 개그는 '두번할까요'가 갖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혼하고도 쿨하게 살 수 있다. 서로 마음이 바뀌어 다시 만날 수도 있다. 요즘 세상이 그렇게다. 하지만 '두번할까요'에서 다루는 결혼, 이혼에 대한 사고는 모두 20세기에 멈춰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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