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북구 칠성동 대구오페라하우스 인근에 ‘오페라’를 아파트 브랜드로 사용하거나 오페라하우스에 예술후원금을 내며 입주민 예술교육 지원에 나선 주택건설사가 늘어나고 있다.대구오페라하우스(대표 배선주)는 지난 1일 아이에스동서(대표 권민석)와 기업 문화예술 사회공헌 및 입주자 대상 오페라 교육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아이에스동서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 후원금을 내기로 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관계자는 “후원금 가운데 절반은 신진 성악가 육성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2023년 주거복합단지 및 오피스텔로 준공되는 ‘대구역 오페라W’ 입주민을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 제공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은 “건설사는 자사 브랜드 아파트에 문화예술적 가치를 더하고,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 발전의 핵심 요소인 신진 성악가 육성과 오페라 관객 저변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대구오페라하우스가 기업 후원을 이끌어낸 것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등 공연 개최 외에 2017년부터 아카데미를 통한 신진 성악가 양성과 오페라 저변 확대를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유아·청소년·성인과 전문 성악가 양성을 위한 국제적인 교육 프로그램인 오펀스튜디오 등 12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2023년 입주하는 아이에스동서의 대구역 오페라W 입주민들은 3개의 유아 및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에 무료 참여할 수 있고, 성인은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배선주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는 “그동안 오페라라는 단어를 아파트 이름에 쓴 주택건설사들이 있었지만 입주민의 예술교육이나 예술기관의 메세나로 나선 건설사는 처음”이라며 “유네스코 ‘음악창의 도시’답게 앞으로 이런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있는 칠성동 인근에는 대구역 오페라W 외에 2005년 준공한 롯데캐슬 오페라(439가구)를 비롯해 오페라 코오롱하늘채(464가구), 오페라 삼정그린코아(578가구), 내년 준공 예정인 오페라 트루엘 시민의숲(682가구)이 아파트 이름에 오페라를 쓰고 있다.오동욱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세권에 추가해 입주민의 예술문화 향유 여건을 강조하는 예세권(藝勢圈)이 주택건설업계의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배 대표는 “기업이 역량 있는 신진 성악가를 후원하고 이를 통해 배출된 성악가가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문화예술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뤄가는 새로운 모델을 확산하기 위해 협업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세계 1위 스테인리스 철강회사인 중국 칭산(靑山)강철이 국내 중소기업과 합작해 부산에 대규모 냉연공장을 건립하려 했지만 국내 철강업계와 금속노조 등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였다.당초 7~8월 설립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던 부산시가 업계의 반발로 한 차례 연기한 결정 시한인 9월 말을 넘기면서 칭산강철과 맺은 양해각서 효력이 사라졌다.3일 부산시와 업계에 따르면 칭산강철이 국내 중소기업인 길산파이프와 맺은 양해각서의 효력이 지난달 30일 끝나면서 부산공장 설립이 고비를 맞게 됐다.칭산강철과 길산파이프는 각각 6000만달러를 투자해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짓기로 하고 지난 3월 부산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2만2000㎡ 부지에 연간 50만t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부산시는 애초 공장 가동으로 500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길산파이프 측은 본사를 부산으로 옮겨 클러스터를 조성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하지만 국내 철강 대기업은 물론 한국철강협회와 포스코노동조합, 부산상공회의소가 국내 철강산업이 고사한다며 설립에 반대했다. 금속노조는 국가 기간산업을 외국 자본에 넘겨서는 안 된다며 수개월째 부산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부산시가 상공계와 노조 등의 눈치를 보며 입장 표명을 미루는 사이 칭산강철과 길산파이프가 맺은 양해각서 효력이 지난달 말 사라졌다.길산파이프 관계자는 “전북 군산 보세구역도 검토 대상이기는 하지만 생산량의 50%를 중국과 일본에 수출할 계획이어서 물류 여건을 고려할 때 부산에 공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부산시 관계자는 “설립 허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두 업체의 양해각서 효력이 끝난 것 외에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박종훈 울산화학네트워크포럼 대표(77)는 3일 “인생 3막도 산업안전과 석유화학 분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쏟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 28일 울산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석유화학운반선 화재 사건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지난 1일 ‘울산시민의 날’ 행사에서 시민대상(산업·경제부문)을 받았다. 울산시민대상은 울산시가 주는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수상자는 울산박물관 명예의전당에 오른다.2015년 창립한 울산화학네트워크포럼은 전·현직 석유화학 공장장과 중소·중견기업 대표, 대학교수, 연구소 및 공공기관 박사 등 1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산업안전과 환경, 에너지 등 분야에서 연간 20차례 이상 포럼을 열어 관련 여론과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박 대표는 “석유화학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업안전과 에너지, 환경에 대한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 울산대 산업대학원, 수소산업협회 등과 선진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포럼을 이달에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박 대표는 SK에너지에서 37년간 근무하다 2004년 총괄공장장(부사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은퇴 후 전직 석유화학 임원들을 모아 울산전문경력인사지원센터(NCN)를 세웠다. 당시 7명으로 출발한 NCN 회원은 150명으로 늘었다. 박 대표는 “석유화학산업 안전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4세대 블루오션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