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애국심이 빈패스트를 키울 것"
올 6월 첫 차 출시, 공장 착공 후 21개월만
BMW 등 독일 '스마트 팩토리' 기술 통째로 이식
2단계 50만대 양산 목표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약 2시간 반을 달려 하이퐁항(港) 인근에 이르자 빈패스트의 ‘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330ha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연산 25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과 전기오토바이 생산시설이 들어서 있다. 쩐 레 프엉 빈패스트 부사장은 “내년 3월엔 전기버스 공장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BMW 등 빈패스트와 제휴한 글로벌 기업들의 엔지니어들과 베트남 ‘인재’들로 구성된 R&D(연구·개발) 센터도 갖춰놨다.
자동차 생태계 조성 중인 베트남
팜 녓 브엉 빈그룹 회장은 베트남 제1의 수출항인 하이퐁에 최첨단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했다. 현대차처럼 머지 않아 자동차를 수출하겠다는 야심에서다. ‘축적의 시간’쯤은 단숨에 생략할 수 있다는 듯 독일, 일본이 이룩한 ‘제조업 4.0’의 총아를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하이퐁에 통째로 이식했다. 빈패스트와 제휴한 독일 기업은 BMW, 지멘스, 보쉬, 듀어, 슐러, 아이젠만, FFT, EBZ 등이다. 일본에서도 던롭, 히로텍 등이 우군으로 참여했다. 한국에선 포스코그룹이 내년 양산할 모델에 강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브엉 회장이 이처럼 과감한 ‘도박’에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은 두 가지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내수 시장이 그의 투자 본능을 자극했다. 베트남자동차생산자협회(VAMA)와 KOTRA 하노이 무역관에 따르면 베트남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약 43만대(2018년) 수준이다. 프엉 부사장은 “1000명당 자동차 보유자가 약 20명에 불과하다”며 “베트남 경제의 성장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싶어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지부진한 판매실적, 반전 나올까
21개월만에 최첨단 공장을 건설한 빈패스트가 성과면에서도 ‘기적’을 이룰 수 있을 지는 베트남 내 뜨거운 논쟁거리다. 공장 가동 3개월여 만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하노이의 한국기업 관계자는 “빈패스트 엔지니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하노이 거리에서 빈패스트 차량을 본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3개월의 성적표만으로 빈패스트의 미래를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프엉 부사장은 “내년에 출시할 신모델에 대한 사전 예약이 10만건에 달한다”며 “현대차가 그랬듯이 베트남의 애국심이 우리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차 일색이던 정부 관용차를 빈패스트 차량으로 교체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연산 30만대 규모를 언제 달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갖춰 부품 공급망을 국내에 갖추게 되면 자동차 판매단가를 낮출 수 있고, 판매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패스트가 판매 중인 대형 SUV인 ‘LUX SA 2.0’의 가격은 20억동(약 1억원)에 달한다.
하이퐁=박동휘 하노이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