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사우디 정부의 원유 시설 복구 속도에 따라 국제유가 오름폭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오닉스 원자재의 최고경영자(CEO) 그레그 뉴먼은 "이번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시장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아람코 최대 석유 시설인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시설 두 곳이 예멘 반군의 공격을 받아 가동이 잠정 중단되면서 하루 570만 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에 영향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다. 전 세계 산유량으로 따지면 5%에 해당한다.
JP모건의 크리스티안 말렉은 "시장이 지정학적 요인에 집중하면서 향후 3∼6개월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산업 컨설팅회사인 뮤즈앤스탠실의 틸라크 도시는 "이번 공격은 석유 업계에 9·11 공격과 동등한 수준의 타격"이라면서 "아브카이크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석유 생산 및 처리 기반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전문가는 석유시설 가동 중단 지속기간이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이번 피습으로 줄어든 산유량의 상당 부분을 수일 내 회복할 수 있다"면서 "전체 산유량을 회복하는 데는 수 주가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가 전 세계 여러 곳에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비축해두고 있어 산유량 부족분을 대체할 수 있고, 미국과 다른 산유국들의 전략비축유 방출로 장기적인 타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VB에너지의 애널리스트 사라 바흐슈리는 "원유 시장에는 공급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번 공격에 따른 시장과 유가의 충격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피습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 시카고대 이코노미스트 라이언 켈로그는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보다 중국과 일본과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국은 하루 약 480만 배럴을 생산하는 데 반해 하루 1280만배럴 가까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켈로그 교수는 "이번 공격이 지속적인 유가 상승을 유발한다면 글로벌 경기 둔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전 9시 57분(한국시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배럴당 10.87%(5.96달러) 오른 60.8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도 전장보다 배럴당 11.67%(7.03달러) 오른 67.25달러에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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