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와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의 매출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과 한·일 경제 전쟁 여파로 실적이 애초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이 4065억8700만달러(약 491조7000억원)로, 지난해보다 13.3% 줄어들 것이라고 1일 발표했다.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예상한 12.1% 감소보다 1.2%포인트 더 떨어졌다. WSTS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부가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업체 40여 곳을 회원사로 둔 비영리 단체다.

지난해 8월까지 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5.2% 성장할 것으로 봤으나 같은 해 11월 2.6% 증가로 눈높이를 낮췄다. 올 2월엔 -3.0% 감소세로 전망을 바꾼 뒤 계속 전망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메모리 반도체는 지난해 매출 1579억6700만달러로, 전년보다 27.4% 늘어나며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을 주도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31% 줄어든 1090억5400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WSTS는 내년에는 모든 지역과 품목에서 반도체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겠지만 증가율은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반도체 시장 매출은 4260억7500만달러로, 올해보다 4.8%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6월 보고서에서 내놨던 내년 증가율 전망치(5.4%)보다는 0.6%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품목별로는 광전자 분야가 8.2%로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분야도 5.5% 늘어나면서 평균치를 소폭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